노용춘 기본소득국민운동 춘천본부 상임대표

지난해 11월 10일 충청북도 옥천군 청소년수련관 별관에서 이색적인 토론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이 행사는 옥천군 안내중학교 전교생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본소득 실험 데이터를 공유하며 ‘청소년 기본소득’ 정책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실험 참가자들은 작년 9월부터 10월까지 지역화폐로 10만원씩 2회에 걸쳐 ‘기본소득’을 지급받았다. 실험 주최 측은 밴드를 통해 학생들에게 기본소득 일지를 쓰게 했고, 자체 공론장을 열어 실험데이터를 수집했다.

청소년도 기본소득 OK? OK!

학생들은 용돈과 기본소득을 다르게 사용했다. “용돈으로 소비할 때는 각자 알아서 사서 먹었는데, 기본소득을 주니 한 사람은 친구들에게 사주고, 또 다른 사람은 친구들에게 사주는 일이 늘었다” 말하고,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거나 지역의 다른 아이들에게 간식을 사주는 일도 있었다”는 소감이 나왔고, 한 학생은 “부모님께 자신이 스스로 대접한 경험을 처음으로 했고,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늘려가야겠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기본소득의 실효성에 대해 “필요한 이유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친구들은 다 옥천 나가서 노는데 (돈이 없어서) 혼자 집에 가면 기분이 나쁘고 관계가 돈독해질 수 없다. 저소득층 가정도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돈이 없어서 못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학생은 “현재 용돈을 받아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용돈도 받고 기본소득도 받았다. 용돈은 용돈대로 모으거나 온라인에서 사용했다. 지역화폐는 지역에서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서 먹는 데 썼다. 부모님과 같이 장도 봤다. 나쁘지 않게 생각한다. 기본소득은 지역을 위해서 사용하고, 용돈은 자기가 필요한 걸 살 때 쓰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청소년 기본소득 선거 공약에 넣자

토론회에 참가한 옥천군 의원은 “옥천군 총인구 중 만 13세부터 29세까지가 2천835명이다. 월 10만원이면 1년 예산이 35억이다. 옥천군 예산이 추경 포함 6천억이다. 전체 예산의 1%도 안 되는 비중이니까 좋은 쪽으로 운용해주면 좋겠다”고 예산상으로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옥천군 도의원은 “조직화해서 압박해야 한다. 공약을 넣은 후보자에게 표를 주는 것. 사전에 정보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청소년들이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라고 외칠 필요가 있다. 도에서도 청소년 기본소득 지원에 관한 조례를 추가하면 좋겠다. ‘청년수당’은 전국에서 몇 군데 주고 있다. 도에서 시도해볼 만하다. 그래서 토론회를 마련했던 것이다. 실천하도록 하겠다”며 정책적 의지를 보였다.

기본소득국민운동 춘천본부 출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접하고 보니, 기존에 얘기되던 기본소득과는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청소년들이 자기 자존감을 세우며, 친구들과 어울리는 도구로써 기본소득의 유효성이 얼굴을 내비친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이란 용어가 춘천에서도 공식화되었다. 지난 6일 춘천시의회 소회의실에서 기본소득국민운동 춘천본부(이하 ‘춘천본부’) 출범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춘천본부는 △순수한 기본소득운동 전개 △신나고 행복한 기본소득운동 지향 △춘천시민에게 맞는 기본소득제도 창출 △기본소득구현으로 서로 인간다운 삶 보호 및 보장 등을 다짐했다.

신나고 행복한 ‘운동’

운동에 대해 “순수한”, “신나고 행복한”이란 발칙하고 발랄한 수식어를 사용한 연유를 찾아나섰다. 그 물음에 마주한 이가 춘천본부 공동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노용춘 전 (사)강원민예총 춘천지회장이다.

마주한 그의 책상에는 책 두 권이 마련되어 있다. 자작 시집이다. 《낙엽은 시냇물을 흐리지 않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편지》. 호방한 성격이 초면에 엿보였다. 강원민예총 춘천지회장이라는 전직 직함을 알고 방문한 터라 그러려니 했지만, 부인과의 연애시절을 다룬 편지 시라 부러움도 있었다.

처음 만나 묻는 것이 호구조사이듯이, 예의 질문을 했다. 하지만 민예총이라는 어감과는 다른 군 장교 출신으로 오랜 기간을 현역에서 복무했다고 한다. 책을 좋아하던 노 상임대표는 군에서 선배 장교의 권유로 사회비판적 도서를 접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사상적 이유라기보다는 책의 길을 따라가다 접한 인간다움인 듯하다.

기본소득국민운동의 출발은 불평등 심화에서 비롯

기본소득운동의 출발은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부, 소득과 불평등에 대해 연구하는 프랑스의 경제학자인 피케티(Thomas Piketty)가 떠올랐다.

피케티는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항상 앞질렀기 때문에 소수에 집중된 자본소득을 제어하지 않으면 불평등이 참을 수 없이 커지고 ‘세습자본주의’에 갇힌다는 사실을 경고한다. 그의 해법은 ‘자본에 대한 민주적 통제’다. 그는 1960~70년대 파리에서 아파트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노동수익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이제는 상속받은 부가 없다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우리의 현실도 그러하지 않은가.

기본소득국민운동은 이러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탄소세, 로봇세, 데이터세, 상속세, 소득세 등 다양한 형태로 주장되는 모든 기본소득 논의를 범국민적 사회운동 차원에서 추진하기 위함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1백만원 이상 순부담가구 10%와 최상위 2% 가구가 1천만원 이상 부담하는 등 상위 13%가 순부담을 하면 국민 87%가 혜택을 보는 제도라고 한다.

맛있는 인생 조리사가 되기 위한 운동

여담을 주고받다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음식을 잘하는 편이라 한다. 춘천에서 어부이셨던 아버지를 따라 고기잡이에 많은 경험이 있다고 전하며, 민물매운탕이 지인들에게 최고 인기라고 한다. 민물매운탕을 끓일 때는 먼저 파, 양파, 마늘 등 소스류를 먼저 기름에 볶아내서 불맛을 내고, 이어 무 등 채소를 넣은 육수를 충분히 우려낸 후 물고기를 넣고…. 조리를 위한 합리적 수순이 이어진다. 맛을 보지 않아도 선수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이는 감성적이고 창의성이 높다고 한다. 노 상임대표가 기본소득이라는 단어에 선뜻 동의하고, 춘천본부에서 역할을 자임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기분 좋은 음식, 사람들을 신나고 즐겁게 만드는 음식처럼 기본소득국민운동이 시민들의 입가에 즐거움으로 오르내릴 수 있으리라 확신했고, 그에 대한 믿음이 간다.

돌아오는 길에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마음 한구석이 있다. “맞아, 운동은 행복을 위해 신나고 재미있게 하는 거다. 나는? 나도!”

이창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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