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일 무용가, 춘천문화재단 전환가게 1호 ‘당신의 들판’ 입주작가
‘봄내 춤 프로젝트’… 시민들 춤추고 대화하며 힐링
“예술가가 자생하며 시민과 교류하는 특별한 곳”
“시민들 매일 아침 곳곳 몸과 마음 치유하는 문화 확산되길”

소양로4가 비어 있던 낡은 양옥집 2층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2층 테라스에 모인 시민들은 무용가의 몸짓을 따라 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낡은 빈집이었던 이곳은 춘천문화재단의 커뮤니티 거점공간 시범사업의 일환인 ‘전환가게’ 1호 ‘당신의 들판’이다. 시민에게 춤을 가르치는 사람은 입주작가 김동일 무용가이다.

춘천문화재단은 커뮤니티 거점공간 시범사업으로 ‘인생공방’, ‘전환가게’, ‘모두의 살롱’을 조성하고 있다. 빈집이 지역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변신하여 시민커뮤니티 활성화와 예술가의 자생을 도모한다.

“자유로운 춤을 추고 싶어 춘천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춤을 매개로 예술가로서 자생을 도모하고 시민들을 만나고 싶다.” 전환가게 1호 ‘당신의 들판’ 입주작가 김동일 무용가가 밝힌 포부이다.

약사천 수변공원 인근에 자리한 인생공방 1호 ‘스무디시스템(Smoothie System)’은 예술치유단체 ‘몸의 대화’가 입주하여 시민커뮤니티 기반 문화예술 거점공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춘천사람들》258호 문화포커스 소개) 전환가게는 입주 예술가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자생을 도모하는 거점공간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지닌다.

춘천문화재단 문화공간팀 변애리 과장은 “전환가게 1호 ‘당신의 들판’은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비 안에서 커뮤니티 거점공간 시범사업으로 진행됐다. 전환가게 2호부터는 곧 들어올 문화도시조성 사업비를 통해 문화도시사업으로 추진된다. 전환가게는 예술가가 지역에서 문화예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공간이다. 재단은 작가와 동행하고 돕는 역할을 한다. 자생을 위한 수익창출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돈벌이만 강요하지 않는다. 새로운 도전과 모델을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선한 영향력 아래 자생을 꿈꾼다. 동시에 여러 실험을 통해 시민과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라고 말했다.

재단은 지난해 8월 입주자 공모를 통해 1호 입주작가로 김동일 무용가를 선정했다. 이후 빈집 공모에 들어가 7개 후보지 중 소양로4가 106-1 양옥집이 전환가게 1호 공간으로 낙점됐다. 지역의 예술가들이 리모델링에 참여해 낡고 때 묻은 2층 주거공간이 아담한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환가게 1호 ‘당신의 들판’ 김동일 무용가는 역사를 전공하고 서른이 되어 현대무용에 입문한 이색경력의 소유자이다.

“대학시절 민중가요와 몸짓 동아리 활동, 성당 주일학교 율동교사 등 춤은 항상 곁에 있었다. 그러다 2012년 우연한 기회에 현대무용 워크숍에 참가했고 LG아트센터에서 <프로메테우스의 불> 무대에 올랐다. 춤의 DNA가 이끄는 대로 2014년 ‘서울탄츠스테이션’에 다니며 현대무용에 본격 입문했고, 대학원에 진학해 무용을 전공했다. 늦게 시작했지만 발레와 달리 현대무용은 환갑이 지나도 할 수 있기에 아주 오래도록 춤을 추고 싶다.”

김동일 무용가의 봄내 춤 프로젝트 첫 번째 프로그램 ‘아침을 여는 춤’에 참여한 시민들이 현대무용의 기초 동작을 배우고 있다. 

2019년 결혼을 하며 춘천에 정착한 그는 지난해 춘천문화재단의 방구석활동가 ‘한 평 댄스’와 ‘지구를 생각하는 창작노트’, 강원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연구모임과 공연, 깨비지역아동센터의 ‘아빠엄마와 함께 춤을’ 등에 참여하면서 춘천에서 활동기반을 넓혀왔다.

“내가 하고 싶은 춤을 위해서 춘천에 정착했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무용이 아니라 춤이다. 영어는 dance 하나인데 왜 우리는 춤이 있음에도 무용이라는 말을 사용할까? 아마도 입시와 일부 예술가만의 정형화된 테크닉이 만든 울타리 아닐까? 하지만 현대무용은 틀이나 제약이 없다. 어르신과 아이들의 막춤처럼 자유롭다. 방구석활동가 ‘한 평 댄스’도 ‘누구나 땅 한 평 위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기획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춤’을 지향한다. 그걸 하고 싶어서 춘천에 정착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부터 ‘봄내 춤 프로젝트’ 첫 프로그램 ‘아침을 여는 춤’을 시작했다. 시민 10명이 월·수·금 이른 아침에 두 팀으로 나눠 춤과 몸짓을 배우고 대화를 나누며 힐링한다.

5월에는 좀 더 심화된 프로그램 ‘달밤에 댄스’도 시작했다. “상설프로그램인 ‘아침을 여는 춤’과 달리 ‘달밤에 댄스’는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눈 시즌제 프로그램이다. ‘아침을 여는 춤’에서 춤을 접한 시민이 ‘달밤에 댄스’로 이어져 좀 더 깊이 있는 춤의 세계를 맛보았으 면 좋겠다.”

‘아침을 여는 춤’에 참여하는 권용식(일러스트레이터) 씨는 “아침을 상쾌하게 맞아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일로 지친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이다.” 김희정(명상활동가) 씨는 “나의 무의식과 감각을 깨우고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앞으로 명상과 춤이 더해진 프로그램으로 협업하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라고 말한다.

김 작가는 “시민들이 신체활동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걸 확인했다. ‘당신의 들판’이 계기가 되어 매일 아침 곳곳에서 시민들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란다. 전환가게는 작가의 자생을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다. ‘당신의 들판’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다른 예술장르와 협업도 하고 현대무용 워크숍도 열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쉽지 않은 길에 섰지만 다부진 몸과 아이처럼 반짝이는 눈에서 그의 단단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전환가게 1호 작가로 낙점된 이유이리라. 그와 더불어 제2·제3의 전환가게 입주작가들이 만들어갈 재미있고 흥미로운 춘천을 기대한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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