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로 일하는 한 청년의 외침

황현호 (사회복지사)

벌써 이 일을 시작한 지 햇수로 5년차가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관련 회사로 취업을 하여 돈을 벌며 살아왔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직업은 나에게 전혀 맞지 않는 옷이었고, 그 옷은 아무리 입으려 해도 자꾸 늘어나기만 했을 뿐이다. 그래서 서른 살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사이버대학을 수강했다. 모든 과정을 수료한 후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현재는 시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생활재활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24시간 집중케어인 시설 특성상 근무는 3교대로 돌아가고 있다. 같은 교대시스템인 편의점 알바를 해본 덕에 근무시간 적응은 빨랐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애인 케어 업무이기에 매순간 긴장을 놓지 않았다. 처음에 일할 땐 너무나도 보람차고 재밌었다. 사람을 대하고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내 성격상 너무나도 잘 맞는 옷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맞는 옷이라도 시간이 지나다 보면 싫증이 나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하는 마음은 있는 법. 5년차인 지금이 그런 것 같다(그렇다고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것은 아니다). 급여도 잘 챙겨주고 휴가도 잘 보장되어 있으며 시설에선 최대한 교사들에 대한 배려를 잘해주는 편이다. 하지만 일하면 일할수록 커져가는 딜레마의 벽은 높아져만 간다.

특히 이 딜레마는 코로나19로 인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설을 이용하는 거주인들의 외출 자제와 코로나19 이전 매주 집에 갔던 거주인이 1년째 집에 못 가는 상황 등을 보면 너무 안쓰럽고 힘들다. 또한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거주인의 도전적 행동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으로 인한 좌절감으로 딜레마가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매일 힘들어도 웃어야 하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하여 멘탈이 무너진 선생님들은 한두 달도 못 채우고 그만두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건 우리 시설뿐 아니라 어느 사회복지기관을 가더라도 똑같을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의 핵심이다.

이처럼 직원들이 한두 달도 못 버티고 그만두는 상황 때문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 후 인사점수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채용방침을 둔 회사들이 숱하다. 내가 처음 시설에 입사했을 때도 1년 계약 및 인사평가 정규직 전환이었다(현재는 정규직만 채용). 이 채용방침을 설명하자면 계약직은 경력이 있더라도 무조건 1호봉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본인의 경력에 플러스 1년의 호봉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1년만 열심히 일하고 잘해보자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일한다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급여가 깎이는 걸 감수하고 일할 사람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슬프게도 먹고사는 것이 급한 사람은 일단 하고 본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선택이기에 괜찮다. 그런데 어떤 회사에선 인사평가 없이 그냥 계약종료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채용이 무슨 자동차 리스도 아닌데 말이다. 이건 완벽한 꼼수다. 정규직만 보고 1년동안 열심히 일해왔는데 나가라니 너무나 잔인하다. 그리고 이는 일자리가 없어 상처받는 청년세대들을 향한 기만이다.

그동안 “청년들은 미래다, 희망이다”라는 말을 기성세대에게 들어왔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물려준 것이 이처럼 불공정한 꼼수라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리고 청년들이 가진 아픔들에 대해 깊게 공감해주었으면 한다. 정말로 우리가 미래이고 희망이라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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