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와 ‘크래커’, ‘디도스’, ‘컴퓨터 보안’과 같은 낯선 단어를 쉽게 이야기 한다. 어느 날 온라인 공간을 통해 소설을 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읽어 달라 부탁을 하더니 뚝딱 책을 내놓았다.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먼 제주도가 고향이다. 뭐지, 이 사람은? 왠지 건드리면 툭~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IT 전문가이자 《악성코드》(출판사 비팬북스)의 작가인 문성호(33세)씨다.

고향이 제주도인데, 어떤 계기로 강원도까지 오시게 됐나요?

문성호_ 제가 어릴 때 제주도는 지금과 달리 가난했고, 시골 같은 섬이었어요. 대학 진학을 기회로 제주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제주에서 살기를 원하시던 부모님을 설득해서 원주 연세대 캠퍼스에 진학했어요. 그렇게 원주에서 뭍 생활을 시작하게 됐죠.

그런데 지금은 원주도 아니고 춘천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춘천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나요.

문성호_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나름 흥미도 있었지만, 주류경제학만으로는 현실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우연히 역사동아리 친구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역사가 품고 있는 아픔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자연스레 진보정당(당시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학교 학생회 일을 하게 됐죠. 연대활동이 늘어나면서 춘천에서 활동하는 비슷한 또래 친구들을 알게 되고, 그 친구들과 학술 동아리 ‘청춘’을 만들고 운영하다가 춘천에 자리 잡게 됐어요.

청춘’이란 이름은 자주 들어본 것 같은데, 주로 목적이 뭐였나요?

문성호_ 우리에게 대학은 취업만을 위한 곳이라는 인식이 깊었어요. 그런 지형에서 ‘청춘’은 대학이 취업지원기관이 아니라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움직여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활동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청춘’ 활동은 지금도 하고 있나요?

문성호_ 아니요. 지금 모임은 없어졌고, 당시 멤버들은 각자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청춘’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대학별로 노골적으로 우리 모임에 대해 많이 견제했고, 소위 ‘운동권 학생’ 모임이라 여긴 사람들이 모임을 방해하거나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모임을 유지하고 활동을 지속하는 게 쉽지 않았고 그런 여건에서 저 또한 동력을 잃어갔어요.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세월호 거리서명과 홍보활동 후 뒤풀이 장소에서였다. 그는 상당히 깍듯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기억된다. 내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앞으로 활동방향에 대해 물어보던 진지한 눈빛 속에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한뜻으로 엮어내는 과정이 젊은 그에게 녹록치 않았음을 느꼈다. 그때, 마음속의 상처와 혼란 속에서 누구에게서든 답을 찾으려는 그의 질문을 받으며, 오히려 나 자신을 돌아봤던 것 같다.

현재 IT업계 일을 하고 있고, 작년엔 웹소설을, 그리고 이젠 책을 출간한 엄연한 작가이기도 한데, 글을 쓸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던 건가요?

문성호_ ‘청춘’ 이후로 공익근무를 하면서 예전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IT, 컴퓨터 공부에 광적으로 매달렸어요. 또 운 좋게 직장도 구하게 됐어요(그는 포털사이트 업체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제가 너무 무기력하고, 상념에 휩싸이면서 견딜 수 없는 순간이 문득문득 찾아오더군요. 제 내면에서 자아가 부서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걸 글로 좀 다스리고 싶단 충동에 우연히 시작했는데, 이렇게 책까지 나오게 됐습니다.

글을 쓰면서 그 목적은 이룬 셈인가요?

문성호__ 네,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 고민이 글에 녹아있기도 하고 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데도 글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문성호씨는 대화 중간 중간 예전과 달리 신중해지는 자신에 대한 낯설음을 이야기 했다. 신념에 의해 행동했던 청년에게 실패는 상당한 흔적을 남긴 듯했다. 조금은 꼰대 같은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쩌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머뭇거리지만 신중해지고,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 꿈과 이상이 머무는 청춘의 공간에 현실주의자인 어른이 서서히 채워져 가는.

앞으로 계획이나 구상이 있나요?

문성호_ 소설이나 글은 계속 쓸 것 같습니다. 또 IT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기술 습득에도 노력할 생각입니다. 이제 대부분의 사건은 IT와 관련이 있습니다. 세월호의 침몰에 관련된 증거도 IT기술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IT와 대중매체를 통해 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차단하는 사람들(문성호씨는 이들을 ‘악성코드’로 보는 듯 했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IT와 글을 통해 희망과 진실 찾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기성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고 있는 그가, 세상을 변화시키겠단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꽉 잡고 있는 그가, 꽉 막힌 우리 사회에 작은 숨통 하나, 구멍 하나쯤 뚫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기대와 희망이 헛되지 않게, 그가 도착지점까지 잘 다다를 수 있게 선배로서 내가 할 일을 헤아려본다. 지금은, 우선 그의 곁에 서 있는 것부터! 그의 책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부터!

 

강종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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