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 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미셸 폴나레프의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가?>의 멜로디에 누군가 가사를 붙인 <오월의 노래> 1절이다.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열흘간 신군부가 자행한 광주학살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노래임에 틀림없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사후 정국의 혼란을 틈타 군 ‘하나회’를 주축으로 하여 12·12 군사반란을 획책한 신군부는 이듬해인 1980년 5월 17일 전국확대비상계엄령을 선포한다. 계엄선포 당일인 5월 17일엔 내란음모혐의로 김대중 구금, 이튿날인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민중학살, 이후 민주시민 학생 체포 구금 고문 탄압 등이 이어지면서 신군부 제2군사독재라는 짙은 어둠의 역사 2막이 오른다. 광주학살 그로부터 오랜 세월 지난 후 공개돼 만시지탄이긴 하지만, 미 국무부 비밀전문에 적시되어 있듯이 그 중심엔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있었다.

‘5·18광주민중항쟁’은 일제 식민지 해방 후 좌우익 이데올로기 갈등과 대결이 아니라, 민주주의 수호 애국세력 대 민주주의 체제 거부 군사독재세력과의 필연적 갈등이었음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 갈등이 광주민중학살의 비극으로 이어졌다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안타까운 일은 87년 6월항쟁 이후 YS 문민정부는 차치하고서라도 DJ 국민의정부 출범 후에도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노태우 등을 특별사면함으로써 군사독재세력을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한 일이다. 그 독재의 후예들이 광주학살 41년이 지난 지금도 기득권을 유지한 채 ‘광주민중항쟁’을 조롱하고 폄하하며 오히려 큰소리 땅땅 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마찬가지였겠지만 춘천 등 강원도에서도 전두환 사병 노릇을 하던 보안사의 불법 사찰 체포 구금 고문 등 소위 워커발 폭력이 자행되었음은 그 시절을 같이 보낸 춘천시민이라면 익히 아는 일이다. 100여 명의 시민 학생들이 춘천시 소양로 미군부대 앞 보안사로 강제로 끌려가 구타와 고문을 당했다. 최근 군사독재시절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던 옛 보안사 터를 ‘민주평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각계각층 160여 명의 제안이 있었고, 논란 끝에 춘천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은 쌍수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폭력의 역사는 기억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후세를 교육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자 (중략)

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

고규태 작사 정세현 작곡 ‘광주출전가’의 일부다. 2017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에서, 유감스럽게도 그 촛불에 담겼던 정신과 의미는 주춤거리고 있다.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다. 41년 전 그 암흑의 광주로 절대 되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아니다. 지금 사는 현실 만큼은 적어도 암흑은 아니라고 또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 평등 평화 자유를 위해, 야만의 천민자본을 향해, 사회양극화를 부추기거나 적어도 방치하는 위정자들을 향해, 무엇이 두려우랴 출전하여라.

41년 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불끈 되살아나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일갈하는 죽비 아니겠는가. 1987년 6월항쟁과 7·8·9노동자대투쟁, 2017년 촛불혁명 미완의 과제들이 천민자본 야만의 거리에서, 바로 지금 두려움 떨치고 불끈 일어나 출전하라 선동하는 오월 광주, 피의 오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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