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태 (춘천 금산초 교사, 현 전교조강원지부 정책실장)

출근하기 전,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아 졸린 눈을 비비는 중1 아들을 깨운다. 이번 주는 원격수업 주간이다.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하지만 출근을 하지 않고 옆에서 지켜본다고 달리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마도 여느 아이들과 혼자 집에서 하루종일 화면을 보며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쉬는 시간을 넘겨가며 휴대폰을 밑에 숨긴 채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점심시간에는 스스로 밥도 챙겨 먹으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코로나19시대, 너도나도 “학교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반가운 질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교에 대한 질문보다는 기대나 요구가 더 많았다. 학교가 돌봄도 해주고, 방과후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고른 영양소를 반영해 친환경급식도 하고, 학부모의 평생교육사업도 하고, 적절한 비용으로 의미있는 여행도 가주길 바랬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무기한 등교 연기로 인한 갑작스런 학교의 부재와 그에 따른 어려움으로 이제 우리는 학교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학교 문을 계속 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작년에 있었던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유감스럽게도 우리 학생들 전부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생각한다. 학생들의 발달을 우선순위에 두었다면 더 나은 방법도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었다고. 학년별로 시간을 달리하여 꼭 필요한 수업내용만 간추려 공부한다던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처럼 혼자서는 학습이 어려운 어린 학생들, 또는 장애학생들만이라도 등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었다. 오로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3학생들의 입시 일정만을 염두에 둔 온라인 개학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백번 양보하여 온라인 수업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온라인 학교는 가능하지 않다. 학교는 만남을 전제로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늙은이와 젊은이가 만나야 하고, 남학생과 여학생이 만나야 하고, 총명한 학생과 느리게 배우는 학생이 만나야 하고, 풍족한 학생과 부족한 학생이 만나야 한다. 학교에서는 일과 쉼이 만나고, 사랑과 원망이 만나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만난다. 알 듯 모를 듯한 삶의 신비로움과 다채로움이 학교에 깃들여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성장의 시간은 출결 확인을 위해 마이크에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누군가를 가까이서 자세히 관찰하고 그것이 지금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스스로 생각에 잠기는 일이다. 그러한 자유시간과 부모와 거리두기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은 서서히 홀로 서는 법을 배운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적어져서 맑아진 하늘을 보듯 그동안 많은 기대와 요구로 힘들어하던 학교를 다시 살펴보고 어려운 시기가 끝나면 학교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 꼭 해야 하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학교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주고 믿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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