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후변화연구원 김상현 원장을 만나다

공지천변 의암공원을 거닐다 왼쪽 삼천리 쪽을 바라보면 건물 상단에 ‘KRIC’란 영문이 눈에 띈다. 낯선 영문처럼 그 아래에는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이란 명칭이 적혀 있다. “춘천에도 저런 정부기관이 있었나?” 의아함이 앞선다.

‘기후변화’라는 미래지향적 용어를 사용한 한국기후변화연구원(원장 김상현)을 찾았다.

12년차 된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이하 ‘연구원’)은 강원도가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배출권 확보 분야에서 국내 최초로 설립한 비영리 기후변화전문 연구·사업 기관이다.

2009년 설립해 올해로 12주년을 맞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조사·연구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 중장기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청정에너지 개발과 국제적 기후변화대응 과제연구 등을 수행하기 위한 공적 기관으로 설립했다고 한다.

2009년 당시 ‘기후변화’라는 용어를 채택한 강원도의 혜안이 남다르다. 기상청에서 2010년 12월말 범부처 공동으로 작성한 문서 명칭은 ‘2010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였다. ‘이상기후’, ‘기후위기’라는 말을 할 때, ‘기후변화’라는 용어 채택을 통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한 선견지명이다.

2018년 이후 매년 100억원대 사업추진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이 성경 글귀 이외에 연구원을 설명하는 데 적합한 표현은 찾기 힘들다. 2009년 설립 초기 3명의 정규직 인력, 10억원의 출연금에 의존해 첫해 매출 12억으로 시작했지만 ‘강원도 내 지자체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립’, ‘공공기관 에너지목표관리제’ 등 법정 계획 연구사업이 늘어나면서 도내 시·군 지자체 용역에서 점차 정부기관, 공기관, 타 지자체, 기업 등으로 고객층이 확대되어 탄소배출권, 탄소상쇄사업, 에너지 효율화 등 온실가스저감사업 분야에 국내 최고전문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이후 2017년 매출 43억원, 2018년 이후 매출은 매년 100억원대 돌입했다. 출연금은 경상비의 1/3 수준, 전체예산의 8% 미만이지만 대부분 수탁연구 수입과 보조금사업으로 이끌어가며, 부채는 ‘제로’로 재정자립도는 항상 93%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는 지방자치단체의 기후변화 및 에너지 관련 정책수요를 정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다른 강원도 출연연구원과 같은 수준의 출연금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한다.

6개 부서, 약 40여 명 연구원 근무

연구원에는 현재 사무처를 비롯해 탄소배출권센터, 기후정책연구실, 에너지환경연구실, 에너지사업단, 저탄소전략산업TF 등 6개 부서에 약 40여 명의 적지 않은 인원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강원기후변화교육센터를 별도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탄소배출권센터는 이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배출권거래제 및 상쇄제도 관련 제도 개발, 위탁운영 및 감축사업 발굴, 배출권 등록·거래, 대기업 사회공헌사업(CSR) 등의 과제 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환경연구실은 에너지 신산업 정책개발, 에너지 경영시스템,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 관련, 국가·지자체 단위의 정책개발 및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2018년에 신설된 조직인 에너지사업단은 지자체 에너지 효율화 사업, 탄소중립형 스마트빌리지사업,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 모델 개발 등 추진중이다.

현장에 기반한 프로젝트 수행

김상현 원장은 연구원의 장점이 ‘현장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인천항에 정박중인 화물선의 벙커C유가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주범의 하나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화물을 선적하고 하역하기 위해 기다리는 화물선이 많다 보니 대기시간에 발생하는 매연이 인천의 대기오염 주범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 문제로 인천에서는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이 문제를 관계기관과 함께 협의해 해결해준 것이 한국기후변화연구원이다. 해결법은 아주 간단하다. 대기시간에 필요한 전력 생산을 위한 선박 내 발전기 작동을 멈추고, 그 전기를 시내 전력선으로 배에까지 연결해주는 방안이다. 참 쉽다. 이러한 쉬운 해법은 현장성에 바탕을 둔 방식이 아니면 힘들다. ‘발상의 전환’의 시작점은 현장이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정부부처 산하기관을 비롯한 서울시, 경남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탄소중립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도민 인식 높이는 데 기여할 것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형편이다. 인식의 낮음이 아니라,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빨리 닥쳤음을 반증할 터. 연구원에서는 올바른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판단하에 각계각층의 도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중이다. 우선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대상별 프로그램 구상 및 강사 양성, 프로그램 개발이다. 대상은 미취학 아동부터 중고등생, 대학생, 일반인을 아우른다. 또한 환경부 사회환경교육 지원사업으로 강원도교육청, 한국에너지공단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탄소중립 강원도민 아카데미 운영, △수소에너지 관련 교육, △기후변화 에너지 미세먼지 관련 교육을 수행하는 등 전방위적인 미래지향적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

김상현 원장은 말한다. 

“올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이행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입니다. 또한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온실가스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UN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지구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유지하는 5개년계획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또한 ‘돌아온 미국’의 슬로건도 관심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력한 기후변화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중국도 탄소중립선언에 동참을 했고, 전세계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거대한 탄소중립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입니다.

우드 멕켄지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메인스트림화’를 전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비대면의 문화 속에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의 물결이 우리에게 왔지만 우리 국민들은 기회로 잘 만들어나갈 것으로 믿습니다. 우리 연구원도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창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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