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남춘천여자중학교 사서교사)

얼마 전, 남편이 야무지게 각을 잡아 말했다. “나는 아이가 생기면 어렸을 적부터 스마트 기기와 가깝게 하고 싶어. 혹시 알아, 한국의 일론 머스크가 될지?”(이때는 테슬라 주가 하락 이전이다) 교사라는 직업이 부끄럽게도 비실비실 줏대가 얇은 나는 또 그 말에 귀가 솔깃하여 대답을 한다. “그런가?”

코로나19라는 지독한 열병을 앓으며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 역시 온도를 달리했다. 어쩌면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었을지 모르는 이 변화는 팬데믹을 겪으며 당당히 민낯을 드러낸 셈이다.

독서 환경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2019년도 ‘국민 독서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성인의 연간 종이책 독서율은 2년 전인 2017년 대비 7.8%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독서율은 성인 16.5%, 학생은 37.2%가량 상승했다. 책을 구매하고 이용하는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온라인 서점은 주문 폭주로 택배 배송이 지연되기도 하고, 지역 도서관은 온라인 강연에 비대면 도서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중이다.

이런 현실 속에 우리 아이들이 겪을 책의 미래는 지금과 다를 수도 있음을 직감하고, 나 역시도 관련해서 그간 역사 속의 매체로서의 책이 겪어온 변모와 그 와중에도 변하지 않는 책의 의미, 앞으로 달라질 책의 미래와 전자도서관 및 전자책 이용 실습 등을 다루어 수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느끼는 바가 많다. 온라인 수업에서는 교사보다 더 능숙하게 기기를 다루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던 아이들이, 문제 자체에 대한 이해를 어려워하고, 간단한 단어 역시 뜻을 몰라 허둥대는 경우가 참 많았다. 또한 읽었다고 하는 책에 대해 물었을 때 기억하지 못하고, 글쓰기 역시 단순한 문장을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의 생각조차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얼마 전 EBS에서 방영한 <당신의 문해력>이 큰 반향을 불러왔다. 스마트 기기를 통한 자극적인 영상매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글씨를 점점 멀리하게 되고 이것이 점점 가속화되어 읽어도 뇌에서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는 ‘글자 문맹’자들이 생겨난다는 내용이다.

한때 블로그가 유행했고, 지금은 이보다는 유튜브가 유행하고 있고, 이도 길어 이제는 15초짜리 동영상 제작 및 공유 앱인 ‘틱톡’을 자기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학생이 많다. 가수 이효리는 노래에서 적어도 10minutes(분)의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이후는 또 어떤 플랫폼이 등장하여 몇 초 만에 시선과 생각을 강탈해갈지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오래 이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량식품 같은 자극이 아니라 책이라는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이라는 점이다.

오늘 바로 가족회의를 열자. 그리고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정해 함께 낭독회를 열자. 이때 텔레비전은 잠시 꺼두고, 스마트폰은 아예 손이 닿지 않는 방안으로 치워두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즐거운 책 읽기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천천히 깊게, 이 시간을 읽는 힘을 보여줄 것이다. 나도 오늘 남편과 함께 소리 내어 책을 읽어봐야겠다. 오늘 날씨처럼 내 기분에 맞춘 책이 좋을까? 최근에 빌린 책으로 할까? 어떤 책으로 어떤 대화를 나눌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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