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의 동요 ‘내 자지’를

너무 무겁게 가르쳤다고

학부모들에게 고발당했다

늙어서까지 젖을 빠는 건 

사내들이 유일하다고

떠도는 진실을 우습게 희롱했다가

여교사들에게 고발당했다

아파트 계단에서 담배 피고 오줌 쌌다고 주민 신고 받고

홧김에 장구채 휘둘렀다가

애한테 고발당했다

자지는 성기로 고쳐 부르겠다

젖 같은 얘긴 하지 않겠지만 만약

 하게 될 일이 있다면

사람이나 포유동물에게서 분비되는,

새끼의 먹이가 되는 뿌연 빛깔의 

액체로 고쳐 말하겠다

그리고 애들 문제는 

경찰에 직접 맡기겠다

잘 있어라 나는 간다

수목한계선이 있는 학교여

― 권혁소 시집 《우리가 너무 가엾다》 중에서
 

이 시는 금기를 설정하는 학교를 보여준다. 아니 선생을 반성한다. 가르침을 반성한다. 학교는 나무를 더 이상 자라지 않게 하는 한계 짓는 거와 같다. 원래 선생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라, 사회가 요구하는 금기를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다. 선생이 아닌 학부모가, 동료 교사가, 제자들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한다. 여기서 간섭은 금기와 같은 말로 보인다. 상상력 풍부한 중학생들에게 상상력을 들쑤시면 안 된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금기만 주입하면 될까? 교육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난장이가 된 인간을 니체는 슬퍼하였다. 나도 하늘이 멀어 슬픈 날이다.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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