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조(춘천시청년청 명예청년청장, 협동조합 판 이사장)

춘천의 청소년과 청년들에게는 “대학을 졸업하면 수도권으로 간다”라는 생각이 보편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춘천만의 경향성은 아니다. 강원도로 넓혀 살펴보아도 2018년 도내 청년층 7천248명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대학을 졸업한 도내 청년 10명 중 6명이 강원도를 이탈한 것과 같다. 청년들은 왜 자신이 성장하고 살아온 지역을 떠나려고 할까?

먼저 청년의 발전을 장려하는 지역사회의 정책적 방향성이 아쉽다.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지역의 인재를 조기에 발견하여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준비한다. 수도권 대학에 가면 등록금을 지원해주고, 거리 곳곳에 그러한 사실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리며 강원학사와 같은 기숙사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이는 지역사회가 외부에 대해 보내는 동경을 내포한다. 지역에 남아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지역에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내가 사는 곳에서 무언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좋은 지역을 찾아 떠나겠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청년이 ‘나다움’과 ‘사회적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한다. 그럼에도 청년문제는 여전히 2008년에 만들어진 청년고용촉진특별법에 기초한 취업과 창업 중심의 틀에서 주로 다루어진다. 그러한 틀에서 해결되는 것도 제한적이다. 청년문제에 대해 본질적으로 의미 있는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나’라는 존재가 지워진 청년들에게 지역사회는 타인의 공동체에 불과하다. 청년들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년들의 의견들이 어떻게 반영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논의하는 구조 안에 문제의 주체인 청년들이 얼마나 참여하였는지 알 수 없으며, 지역의 청년을 대표하여 의견을 내는 이들의 대표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청년정책의 입안 과정에서 청년 의견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단순한 자리 채우기에 불과하다.

나아가 청년들의 문제를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청년들이 직접 청년들의 욕구에 맞게 정책을 기획하고 설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역사회를 자신의 공동체로 여길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청년들이 토론과 숙의를 거쳐 직접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며 아주 작은 성과라도 경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청년들은 “세상을 나와 우리가 바꾸어갈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사회적 참여를 통한 자기효능감을 얻게 된다.

이는 잃어버린 청년들의 ‘나다움’과 ‘사회적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청년들을 주체로 바라보는 청년청의 존재는 고무적이다. 당장 큰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청년들은 청년청에서의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렇게 청년들에게 조금씩 주인의식이 자리잡게 된다면, 청년들의 민주적인 사회참여에 기초한 지역의 발전도 마냥 꿈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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