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은 (춘천기계공업고등학교 사서교사)

얼마 전 TV에서 유명 개그맨이 나팔바지에 각진 안경에 바가지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뒷배경엔 과거 부잣집에서나 볼 수 있는 자개장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순간 할머니댁이 생각나며 나의 어렸을 적 추억이 되살아났다. 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레트로’ 문화를 구식이고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고 선호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자개장을 보며 어렸을 때 추억을 회상하던 나의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레트로 문화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위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은 감정과 달리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교육은 이성적 교육에 편중되어 학생들은 진급할수록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고 행복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어쩔 수 없이 점점 단순한 즐거움과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스마트폰에 빠져든다. 

아이들이 이성과 감성을 충분히 발휘하여 창의적이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와 같은 물음에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해줄 수 있는 독서를 적극 제안하고 싶다.

학교에서 학생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다 보면 처음 만나 무표정에 어색하고 서먹해하던 아이들도 책을 읽는 순간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음 진행될 이야기를 궁금해하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교사도 함께 참여하여 이야기하다 보면 아이들의 생각을 읽고 어느덧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을 매개로 교사와 아이들은 생각과 정서를 공유하며 신뢰감이 쌓이고 하나가 되어간다.

이는 가정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책을 읽고 주인공과 책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부모는 아이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고, 아이들은 부모님 세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좀 더 질리지 않고 지속가능한 독서가 되기 위해서는 책의 주제나 형태를 한정 짓지 않아야 한다. 글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는 그림책이나 인기 있는 웹툰을 함께 감상해보자. 귀를 쫑긋 세우고 오디오북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자. 독서는 부모와 아이를 연결 짓고 가정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매개체로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스마트폰과 책은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차가운 스마트폰보다는 책 넘기는 소리, 책이 풍기는 냄새, 손가락에 전해지는 종이의 따듯한 질감을 더 가까이한다면 따뜻한 감성을 가진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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