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마이클 샐런버거 지음/ 부키

친환경, 유기농, 채식주의, 대체에너지. 지속가능한 인류의 공존뿐만 아니라 윤리적 삶을 추구하는 태도의 측면에서라도 환경 담론은 진보적 인간의 높은 사유를 대변해왔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는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에서 기후 재난의 끝자락에 인류의 파멸과 지구의 종말을 예견했다. 불타는 아마존, 플라스틱 빨대를 코에 꿴 바다거북, 아사 직전의 북극곰. 세계적인 셀럽들의 내레이션이 흐르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는 우리 종(種)의 탐욕스런 지난 시대를 눈물겹게 회고하며, 예고된 파국 앞에 무기력한 인간의 우울을 극적으로 묘사한다.

지난 30여 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된 변화는 기후 양치기들의 활약 덕분에 일어난 일일까? 그렇지 않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국가에서 탄소 배출량이 1970년대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석탄에서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룬 덕분이다. 빌 매키번, 그레타 툰베리,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등 많은 기후 활동가들이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기후 변화를 막아내고 있다.(본문 78~79쪽)

나는 그에게 아마존이 지구 전체 산소의 주요 공급원이라는 말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헛소리예요. 그 말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요. 아마존이 생산하는 산소가 엄청나게 많은 건 맞지만 호흡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빨아들이니까 결국 마찬가지입니다.” 그 주제에 대해 연구한 옥스퍼드대학교 생태학자들에 따르면, 아마존의 식물들은 스스로 생산해내는 산소의 60퍼센트가량을 호흡 과정에서 소비한다. 나머지 40퍼센트는 열대우림의 바이오매스를 분해하는 미생물의 몫이다.(본문 87쪽)

더욱 큰 문제는 환경주의자와 선진국이 여전히 나무와 숯을 주된 연료로 쓰는 가난한 나라들에 비효율적인 신재생 에너지를 강요하면서 화력, 수력 발전을 못 하게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작 자신들은 화석연료로 부유한 선진국이 되어 오늘날 자동차와 비행기, 인공조명과 난방을 풍족하게 누리는 삶을 살면서도 가난한 나라들의 경제 발전과 성장은 가로막으려 드는 것이다. 위선적이고 비윤리적인 “환경 식민주의”다.(본문 165쪽)

곤혹스럽다.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환경 담론의 거의 모든 영역을 뒤집고 비튼다. 이 곤혹스러움의 실체를 뒷받침해주는 방대한 양의 과학적 팩트는 이 책이 단순히 화석연료로 떼돈을 벌어온 개발주의자들의 이데올로그로 기능하는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사실의 편취’보다 ‘현실적 선용’이 문제의 해결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불편하지만 뼈아픈 진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이다. 환경문제에 답을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겠다. 인류는 검증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말하는 순간부터 도약했다. 하여,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경구로 화두를 던진다.

“사실관계가 달라지면 저는 생각을 바꿉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십니까”

류재량(광장서적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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