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 강원대병원 노동조합 분회장
지역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 위해 근무환경 개선 필요
지역의료 문제 해결 위한 대대적 지원과 대책 마련 시급
의료공공성 확보 위해 코로나19 대응병원 인원 확충 필요

만성화된 지역의료 불균형은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근 지역 의료인력 부족에 의한 의료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서 최연숙 국회의원이 ‘지역공공간호사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간호사 5년 의무복무 위반시 면허를 취소하는 독소조항이 담긴 관련 법안 입법 저지에 간호사들이 나섰다. 관련 법안의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한지연 강원대병원 노동조합 분회장을 만났다.

의무복무기간 채우지 않은 기간 간호사 자격 박탈은 부당 

한지연 분회장은 간호인력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인 방편으로 단기간 간호사를 지역의료기관에 붙잡아두는 방식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지역의료 간호인력 수급대책에 비상이 걸리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급부상했다. 이에 부족한 지방의료원 간호인력 수급대책으로 ‘공공간호사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화됐다. 이 제도를 두고 간호계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로 인한 지방의료원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엉뚱한 방향으로 풀고 있다는 것이 공공간호사제도를 반대하는 이유다.

앞서 정부는 공공 의료분야에서 일할 필수의료인력확충 방안으로 공중보건장학제도 대상을 의사에서 간호사로 확대, 올해 간호대생을 선발해 공공보건업무 종사를 조건으로 장학금을 지원키로 했다.

간호대생 1인당 지급되는 연간 장학금은 등록금과 생활비 포함 1천600만원이다. 지역의료 격차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재원을 5대 5로 부담한다. 이 제도는 의무복무기간이 4년이다. 배치된 곳에서 근무하지 않거나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고 이직하면 받았던 장학혜택은 모두 환수처리된다.

여기에 자격정지에 대한 사항은 없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공간호사법에는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남은 기간 동안 간호사 면허가 정지된다. 이 부분이 부당하다고 일선의 간호사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면허 가진 전체 간호사 중 51.9% 간호사 직업 포기 

대한민국에서 간호사 면허를 가진 전체 간호사 중 51.9%가 간호사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과도한 업무량 △업무량에 비해 적은 인력으로 삶의 질 저하 △3교대 업무로 인한 육체적 피로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간호사’라는 직업을 떠나는 이유라고 말한다. 한지연 강원대병원 노동조합 분회장은 높은 사직률은 인력부족과 낮은 숙련도로 이어져 의료의 질을 낮춘다고 말한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 병원간호사회, OECD 통계 등에 의하면 △인구 1천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평균 대한민국 3.5명, OECD회원국 9명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종합병원 기준 대한민국 16.3명, 미국 5.4명 등으로 나타났다.

한지연 분회장은 서울의료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최근 3년간 간호사 이직률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이직률이 2018년 19%에서 지난해 6%로 줄었다. 평균 근무기간은 각각 3년 6개월에서 4년 1개월로 늘었다. 임금 변화는 없었지만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 수가 줄어든 것이 이직률을 낮춘 것으로 분석했다. 이 통계를 통해 간호사들이 업무강도만 개선돼도 충분히 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간호인력확충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지원 필요

한지연 분회장은 간호인력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시적인 방편으로 단기간 간호사를 지역의료기관에 붙잡아두는 방식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지연 분회장은 간호사의 지역 유출을 막기 위해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청년내일통장과 같은 저축지원사업인 ‘청년간호사제도’를 제안했다. 저축지원사업은 3년간 강원도가 10만원, 춘천시가 10만원, 병원이 10만원, 신규 간호사가 10만원씩 부담하자는 것이다.

충청남도는 지난해 12월 ‘충남형 공공간호사 제도 시행 및 간호 인력 수급대책 제도개선 제안’을 발표하고 공공간호사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충청남도는 공공의료원의 만성적 인력난을 공공간호사제도로 풀어보겠다는 계획이다. 충청남도는 지역에 있는 신성대와 혜전대와 협약을 맺고 오는 2022년부터 ‘공공간호사 특별전형’으로 공공간호사 양성을 위해 충청남도 내 소재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등을 각 대학마다 10명씩 총 20명을 선발한다. 또 오는 2023년부터는 장학생 인원을 60명으로 확대해 매년 늘려나갈 예정이다. 더불어 안정적인 지방의료원 간호인력 수급을 위해 근무환경 개선 등을 위해 27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간호계 일각에서는 강력한 근무환경 개선책이 없는 상황에서 장학금 지원만으로는 지역의료원으로 간호 인력을 유인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간호사가 병원을 떠나는 이유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고 어디서든 데려오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이 의무복무기간이라는 제도를 만들어냈다”며 “간호사 임금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이 아닌 장학금 지원이라는 꼼수로는 지방의료원으로 간호사를 유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간호사 20명을 양성하는 데 약 5억원이 필요하다”며 “그 예산으로 지역의료 환경개선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료전문가들은 지역 의료인력의 노동현실을 제대로 파악해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공공의료전달체계를 만들고 공공병원 기능 확립을 실현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필수인력확충에 대한 기관의 자율성 보장이 중요

한지연 분회장은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일선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국립대학병원 인원확충도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 4월 이전 국립대병원을 관리하는 교육부에서 인력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인력증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기획재정부는 인력통제를 하며 각 국립대병원의 인력충원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해 전국 국립대병원은 기획재정부에 937명의 인력확충을 요구했다. 하지만 인력충원을 128명만 승인했다. 지난해 4월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전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를 겪어야 했던 시기임에도 기재부가 인력충원 요청에 대해 13.6%만 승인해 국립대병원은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한지연 분회장은 “정부는 공공기관 안전경영을 표방하지만, 안전경영을 위한 필수인력충원마저도 힘든 실정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의료현장의 필수인력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의 과도한 인력통제를 멈춰 주었으면 좋겠다. 공공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해 지난달 ‘국립대병원 노동조합 공동투쟁 협의체’를 결성해 의료영리화 작업 중단,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병원 인력충원과 처우개선, 필수인력확충을 위한 각 기관 자율성 보장, 공공성보다 수익성을 따지는 경영평가 폐지, 국립대병원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로 이관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