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STORY] N번방 사건이 남긴 숙제를 되돌아보며
[SHE’s STORY] N번방 사건이 남긴 숙제를 되돌아보며
  • 허목화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1.06.0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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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목화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나의 7살 남자조카가 2차 성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불쑥 엄마에게 “나도 크면 엄마처럼 가슴이 커져서 그거(브래지어) 할래요”라며, 어른과 자신의 몸이 다른 점들에 대해 묻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동생과 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 고민은 “조카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 “혹시 성폭력의 가해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것들이었다. 나의 이런 고민에 대해 혹자는 “너무 이른 걱정 아닌가?”, 또는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건 아닌가?”라고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기우라고 할 수 있을까?

지난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던 ‘N번방 사건’은 우리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운영자 손정우의 형량이 불과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점에 함께 분노했으며, 디지털 성범죄의 처벌 강화와 성착취물의 소개·광고·구입·시청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새로 마련했다. 그리고 N번방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많은 수가 10대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춘천 길잡이의 집’에서 2020년 강원도 춘천·원주·강릉 고등학생 6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처음 음란물을 접한 평균 연령은 13.5세이며, 전체 응답자의 43.6%가 초등학교 재학 연령에 처음 음란물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남성 청소년의 24% 이상이 “음란물은 성지식 습득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올해 서울시 청소년성문화센터의 ‘청소년 디지털 성폭력 상담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들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거나”(40%), “호기심”(37%), “재미나 장난”(19%) 등으로 자신의 행위가 성폭력 가해행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장난이라고 생각한 행위는 친구의 몸 사진을 찍어서 공유하거나 서로의 성기 사진을 공유하고, 채팅방에서 같은 학교 학생들의 외모, 신체 및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한 성희롱과 성적 대화를 나누고, 피해자의 얼굴 사진과 나체 사진을 합성해서 공유하는 것이다. 인용된 보고서는 초·중학생 대상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상담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10대, 그것도 10대 초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표현되는 요즘의 10대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자란다. 우리는 식당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또는 학습 도우미로 쉽게 디지털 기기를 아이들의 손에 쥐여준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들을 살펴보면, 디지털 환경에서 유통되는 성적 표현물은 여성의 대상화를 통해 모욕, 조롱, 비하, 혐오로 이뤄져 있고, 이렇게 재현되는 여성의 몸을 개인적으로 소비하고 집단적으로 공유하면서 놀이문화의 하나로 남성 동성사회를 구축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놀이문화가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상호동의와 인권존중의 의미를 논의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되는 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우리는 소수의 일부 아이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외면하고 있지 않나 고민해야 한다. ‘춘천 길잡이의 집’의 조사에 따르면 강원도 여성 청소년 10명 중 1명은 디지털 환경에서 성과 관련된 대화, 신체의 은밀한 부분을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 아동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UN은 아동권리협약을 만들었고, 우리나라도 아동권리협약의 비준국가이다. 그리고 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과 청소년이 공교육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성에 대한 인지적·정서적·신체적·사회적 측면에 대해 배우기 위한 종합적인 교육과정이다.

나의 조카는 음란물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왜곡된 성지식이고, 디지털 환경에서 10대의 성과 관련된 놀이문화가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공교육’을 통해 습득할 수 있을까? 솔직한 나의 대답은 “어렵다”이다. 그래서 나는 성교육을 사교육으로 찾고 있다.

N번방 사건이 남긴 숙제를 돌아보며, 이제 처벌 강화를 넘어 공교육에서 성교육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할 때가 아닐까? 나는, 그리고 당신은 청소년을 위한 우리의 성교육이 이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나?

허목화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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