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홍천 노천초등학교 전문상담교사)

나는 교사지만 공부를 못 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책’과는 거리가 멀었고 ‘전자오락실’은 가까웠다. 당시 ‘보글보글’이 유행하다가 ‘스트리트파이트’로 진화하였고 그것은 우리 세대 최고의 게임이었다. 나의 어린 시절에는 핸드폰이 없는 시기였기에 조금 논다는 친구들은 오락실로 다 모였다. 엄마는 나를 매일 오락실로 찾으러 오셨다.

이런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보자고 이야기하자니 어색하다. 그래서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선생님도 어린 시절 “너희들과 마찬가지로 그랬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에 더 손이 간다고…” 공감해준다. 아이들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어쩌면 백 마디 잔소리보다 강력할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책도 재밌다는 말에 솔깃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왜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더 가까이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속에는 살아있는 생동감과 상호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어린 시절에도 그랬다. ‘보글보글’은 초록색 공룡과 파란색 공룡이 원팀으로 상호작용하여 100판까지 깨면 신이 된 것 같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트리트파이트’는 더 진화하여 컴퓨터와 겨루는 것이 아닌 오락실 아이들끼리 겨루고 이긴 아이는 계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어서 각종 신기술 연마에 구경꾼이 모였다. 그 속에 있으면 ‘살아있음’과 ‘상호작용’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아이들 손에 책을 가깝게 해주려면 책의 주인공들과 아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기회와 재미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가 그랬다. 공부도 못 했고 책도 싫어했던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책을 손에 쥐었다. 당시 어머니가 계몽사 학습지 배달 일을 하셨는데, 그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만화로 보는 한국사》와 《만화로 보는 세계사》를 출간했다. 당시 신성한 역사책을 만화로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도였다. 어머니께서 나에게 그 책을 선물해주셨다. 고등학생이었지만 만화여서 내 수준에 맞았고, 나는 만화 역사책의 주인공들과 상호작용하며 게임에서의 ‘살아있음’을 똑같이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안 보고 스마트폰만 쥐고 있는 자녀들을 보면 부모님들의 걱정이 크실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게임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 아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책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권하고 싶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