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동네연구 《춘천시 청년농업인 실태조사 및 현장분석》 이범준
“지역 특성 고려한 맞춤형 농업정책 절실… 청년농업인과 소통하며 정책 설계해야”

이범준 씨는 동면에서 양봉을 하며 도농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씨는 “춘천의 만 19~45세 청년농업인은 200가구이다. 춘천시는 2019년에 청년농업인 육성과 지원 조례가 제정되면서 청년농업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50명을 지원하려던 2020 ‘춘천시 청년농업인 영농 정착 지원 사업’에는 지원자가 적어 16명을 지원하는 데 그치는 등 농업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호응이 낮다”고 말했다. 이유가 뭘까? 이 씨는 청년농업정책이 지역의 특성을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청년농업인의 실태를 조사하고 지역에 맞는 정책 개발의 기초자료를 만들고자 했다.

이범준 씨는 “일자리 측면과 교육을 통해 선진화를 이끌어 소득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획일화된 농업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특성과 청년농업인의 니즈가 반영된 농업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이범준 씨(왼쪽 끝)와 도농 교류 프로그램 참가자들.        사진 제공=이범준

연구는 만 19~45세 청년농업인 춘천 8명, 평창 7명, 기타 지역 10명 등 총 25명이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에 참여했다.

지역 단위의 농지지원체계 구축

청년농업인들은 ‘농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춘천시의 경우 도내 타 시·군보다 농지 가격이 높은데 최근에는 지가 상승 등으로 농지 확보의 부담이 더 커졌다. 농업은 농지기반의 산업인 만큼 청년농업인의 정착을 위해서 지역 단위의 농지지원체계가 절실하다.

농업기업육성

‘취업농’은 한국에서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만 45세 미만의 청년을 정사원으로 고용하는 농업법인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농업인 일자리 지원에 더불어 주거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청년이 농업분야에 취업할 수 있고 농업인의 확대와 정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농촌지역 청년 마을 조성

농촌의 청년들이 겪는 주거, 대중교통, 문화향유 등 다양한 어려움을 공유공간 등 공동자원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년 마을 만들기 지원 사업’ 등 관련 정책과 연계해서 청년농업인을 위한 거점공간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육아 및 교육환경 개선

춘천에는 ‘춘천시육아종합지원센터’와 ‘강원도육아종합지원센터’ 두 곳의 육아지원 거점공간이 있지만 도심에 위치해서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숲 유치원 등 농촌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유아 교육 및 마을 단위 육아 지원 등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정책의 다원화, 소통의 활성화

춘천시 청년농업인이 주로 도움을 받는 방법으로는 행정(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 등)이 50%로 가장 높았고, 부모님 및 가족이 37.5%, 선후배 청년농업인이 12.5%를 차지했다. 도내 타 시·군 청년농업인은 부모님 및 가족이 43.8%로 가장 높았고, 행정 37.5%, 선후배 청년농업인이 18.7% 순이었다. 춘천시가 ‘청년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하면서 행정의 청년농업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한 긍정적인 영향이다.

하지만 청년농업인과 행정의 정례화 된 소통 기회가 없어 의견 반영에 한계가 있다. 춘천지역 청년농업인 응답자의 영농경력은 ‘1년 이상, 3년 미만’ 25%, ‘3년 이상 5년 미만’ 37.5%, ‘5년 이상 10년 미만’ 25%, ‘10년 이상’ 12.5%로 영농경력이 3년 이상인 청년농업인이 75%이다. 하지만 지원정책은 주로 영농경력 3년 이하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등 초기 지원에 집중되어 있어 지속성과 확장성이 떨어진다. 창업 후 3년 혹은 5년 이후 지원과 청년농업인 농업 사업체의 규모화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농업인 영농정착 지원 사업’의 경우 연 최대 160시간의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료해야 하는데 전체교육 위주에서 현장 실습과 개인 맞춤 교육으로 개선해야 한다. 모든 지역에 동일하게 적용되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의 농업 지원정책을 지역 특성에 맞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농지를 보유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청년농업인 정책도 손을 봐서 기반이 없는 신규 유입 청년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이범준 씨는 “농업정책은 대부분 일자리 측면과 교육을 통해 선진화를 이끌어 소득을 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확인한 청년농업인의 니즈는 생활관련 이슈가 많았다. 청년들이 농촌에 진입하고 싶어도 주거여건·대중교통·육아·교육·문화생활 등 장벽이 높다. 그 때문에 현재 시행되는 정책에서 해소될 수 없는 부분들을 당사자들로부터 직접 듣고 정책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서 “춘천시는 농업인, 행정, 대학의 협력구조를 구축하기에 적합하고, ‘농업회의소’와 ‘청년농업인 육성지원위원회’ 등을 통해 소통하고 정책을 개발하는 등 도내에서 청년농업인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청년농업인이 적고, 소통과 협의 구조가 정착되지 않아 청년농업인의 참여가 저조하다. 청년농업인들도 적극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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