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기본기를 다진 것이 최고 전성기를 맞은 춘천여고 농구팀의 힘

춘천여자고등학교(교장 김난희) 농구부가 지난 1993년 이후 28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춘천여고는 지난달 28일 제46회 협회장기 전국 남녀 중고 농구대회 여자고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양구문화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여고부 결승에서 숭의여자고등학교를 65대 56으로 제압했다. 농구부 창단이후 협회장기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춘천여자고등학교가 지난달 28일 양구에서 열린 제46회 협회장기 전국 남녀 중고 농구대회 여자고등부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아래 왼쪽부터 반 시계방향으로 정지윤(1학년), 최서연, 최슬기(이하 2학년), 성수연(1학년), 박성진(2학년), 김은선, 양유정, 진도윤, 고은채(이하 3학년), 김영민 춘천여고 코치

춘천여고 최데레사 감독과 김영민 코치는 대회지도상을, 고은채는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차세대 빅맨으로 성장중인 박성진 선수가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진도윤(포워드) 선수를 비롯한 3학년 학생들이 묵묵히 코트에서 중심을 잡아준 것이 우승에 큰 원동력이었다. 결승전에서 고은채 선수(포인트가드)는 21득점, 8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김은선 선수(포워드)가 15득점, 양유정 선수(포워드)가 13득점을 기록했다. 3학년인 이들은 봉의여중 시절부터 6년 동안 손발을 맞춰왔다.

코로나19가 팀에는 전화위복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춘천여고 선수들은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선수들의 기본기를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다른 팀들과 연습경기도 힘든 상황에서 자체평가전을 통해 부분 전술을 익히고 서로의 경기 특성을 파악했다.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는 시간이 되고 기본기도 쌓였다. 기본기가 쌓인 선수들은 올해 실전 경험을 통해 그 실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전남 해남에서 열린 제58회 춘계전국남녀농구 연맹전에서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이 대회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보강하며 이번 협회장기를 준비했다. 참가팀의 전술을 연구해 각 팀에 맞는 전술과 공격패턴을 선수들의 몸에 익혔다.

힘들수록 함께 뭉치는 힘 길러

춘천여고 선수는 총 9명이다. 적은 인원으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작은 부상이 이어졌다. 작은 부상이 큰 부상으로 연결될까 봐 최데레사 감독과 김영민 코치는 매 경기 마음을 졸였다. 지난해 1년간 해온 기본기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하나가 돼 경기를 풀어갔다. 춘천여고 선수들은 힘들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과 작전에 집중했다. 이번 대회 준결승인 수피아여고와의 경기에서 팀플레이가 무너지며 고전을 했다. 개인플레이를 자제하고 후반 지역방어를 중심으로 외곽슛을 강화하며 승기를 잡았다. 결승도 같은 전술로 전반 후반 승기를 잡으며 우승을 일궈냈다.

김영민 코치는 아이들이 매 경기 부담감을 줄이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슛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치고 있다. 자기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슛을 쏘게 했다. 올해 우승을 했지만, 내년이 걱정이다. 올해 3학년 학생이 4명이다. 내년 5명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춘천여고 관계자는 내년에 좋은 선수들이 보강돼 이 영광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30여 년 만에 뜻깊은 우승

춘천여고를 지도하고 있는 김영민 코치에게 이번 우승은 남다르다. 1991년 춘천여고 선수로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난 2021년 지도자로 다시 한 번 우승을 경험했다. 그 누구보다 뜻깊은 우승일 것이다.

김영민 코치는 “누가 내게 로또에 당첨이 될래? 아니면 우승을 할래? 하면 늘 우승하겠다고 했다. 이 소원이 이뤄지길 바라며 선수들이 올해 스승의 날 선물로 V1이 새겨진 핸드폰 케이스를 선물했다. 그리고 진짜 우승을 선물했다. 선수 때 느꼈던 우승의 벅참을 다시 제자들과 나눌 수 있어 감사했다. 이런 감격을 선물한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고은채 선수는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후배들이 경기하는 데 많은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은선 선수는 “힘들었던 시간들을 함께 이겨내고 우승을 일궈낼 수 있어서 보람됐다”라고 말했다

양유정 선수는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것이 실감은 나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6년간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내서 기쁘다”고 말했다.

진도윤 선수는 “코치 선생님의 소원을 이뤄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난희 춘천여고 교장은 “지도 선생님과 선수들의 농구에 대한 사랑과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현실로 나타났다.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가 하나의 마음이 돼 응원했다. 내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다. 지도 선생님과 잘 상의해서 이번 영광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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