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스포츠스타, 유튜버, 웹툰작가, 연예인 등을 손꼽는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고 듣고 겪는 것들 중 마음을 사로잡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 그런 면에서 지역과 나라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해주냐에 따라 아이들은 정말 다양하고 큰 꿈을 꾸며 자랄 수 있다. 최근 한국의 과학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말이다.

지난 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개발 11년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발사체는 인공위성이나 탐사선을 우주공간에 띄우기 위해 사용되는 로켓을 말한다. ‘누리호’의 1단과 2단 로켓의 주된 역할은 순차적으로 작동해 고도를 높이는 것이고, 3단 로켓은 정확한 속도와 각도로 인공위성을 궤도에 밀어넣는다.

‘누리호’는 러시아 기술로 발사체 엔진을 제작한 2013년 나로호와 달리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주발사체다. 길이 47.2m에 무게는 200톤으로 완전체 공개는 2010년 3월 개발을 시작한 이후 11년 만이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600~800km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1일 공개된 ‘누리호’는 발사대 시험을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시험용 발사체인 인증모델이지만 10월에 발사할 실제 비행모델과 크기와 성능이 같다.

발사대도 역시 국내 기술로 만들어졌다. ‘나로호’ 발사대보다 더 커졌고 연료를 공급해주는 별도의 타워도 제작됐다. 발사대는 발사체와 연결해 연료의 충전·배출 등 7단계의 성능 검증시험을 7월 6일까지 진행한다.

모든 테스트가 끝난 10월, ‘누리호’는 드디어 1.5톤 무게의 인공위성 모사체를 싣고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독자적 우주발사체 기술을 갖게 된다. 내년 5월에는 약 200㎏의 성능 검증 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고,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2022년,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초소형위성 1호를 2024년, 초소형 2호~6호를 2026년에 발사할 계획이다.

우주산업은 크게 발사체, 인공위성, 그리고 관련 파생 분야로 구분한다. 우주산업은 발사체가 인공위성을 궤도에 실어 나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보유하는 것이 진정한 우주산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한국은 최근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에 10번째 참여국이 됐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은 미국이 1972년 아폴로 17호 달 착륙 이후 50여 년 만에 달에 우주인을 보내기 위한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으로서 영국, 일본,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UAE, 우크라이나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내년 8월에는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을 발사하며 우주탐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전통의 우주 강국은 논외로 하더라도, 화성 표면에 착륙한 중국의 화성 탐사로버 ‘주룽’, 화성궤도 진입에 성공한 아랍에미레이트의 우주탐사선 ‘아말’, 소행성의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지구로 귀환한 일본의 무인탐사선 ‘하야부사 2호’ 등 부러움을 살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2045년 약 3천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우주산업 시장에서 한국이 뒤처지면 어쩌나 하는 세속적인 염려보다는, 해당 국가 아이들 마음에 특별한 꿈이 심어졌다는 것이 더 부럽다는 말이다.

한국은 정치적 논리 때문에 우주산업 육성 속도가 더뎠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20년 기술수준평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우주 발사체 개발 및 운용 기술 수준은 미국 등 주요 우주 강국에 비해 20년가량 뒤처져 있다.

지역과 국가가 아이들에게 크고 다양한 꿈을 꾸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이제 시작이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우주 기술 개발 계획을 뚝심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만들고 예산도 늘려야 한다. 오는 10월 ‘누리호’가 발사되는 날, 아이들의 마음에 우주를 향한 거대한 꿈이 함께 자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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