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이사회 만장일치로 법인 해산 가결
도교육청 “기부형태 자금모금 방식 한계… 실패한 정책 인정”
복지재단 “애초에 출연금으로 해야 할 사업… 의지부족이다”

도교육청이 ‘작은학교 살리기’를 위해 만든 강원교육복지재단이 출범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강원교육복지재단은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참석자 만장일치로 법인 해산을 가결했다. 향후 이사장이 청산인 대표를 맡아 법인 해산절차를 진행한다. 도교육청에 해산승인을 받은 뒤 법원에 법인 해산을 청구할 예정이다. 결과는 올가을에 나올 전망이다. 법인재산 20억원 가량은 도교육청에 귀속되며 집기류 등 고정자산은 관련 기관에 무상 양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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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육청이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만든 강원교육복지재단이 출범 4년 만에 문을 닫는다. 2019년 말 도교육청의 재단 출연 예산 20억원이 편성되지 않자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존폐 위기에 놓여왔다. 이에 지난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참석자 만장일치로 법인 해산을 가결했다.

2017년 3월 설립된 강원교육복지재단은 도내 농어촌학교와 작은학교 활성화를 위해 전국 최초로 도교육청이 출연해 설립했다. 오지 통학, 노후 교사 도색, 재능 키움, 문화행사 개최, 마을공동체 협력사업, 문화행사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으며 개인·기관·단체 등 420여 자발적 기부자들로부터 7억여 원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출범 전부터 논란이 됐던 기부형태의 자금모금 방식에 제동이 걸리면서 당초 목표인 300억원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이 생겼다. 재단 설립 초기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평균 16억원을 출연해온 도교육청은 재단의 사업성과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자립을 요구하며 재정지원을 중단했다. 2019년말 재단출연 예산 20억원이 편성되지 않으면서 해체의 길로 들어섰다. 이 과정에서 교육복지재단은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존폐 위기에 놓여왔다.

민병희 교육감은 최근 “강원교육복지재단 설립과정에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봤지만 위법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것이 운영난으로 이어졌다. 자구 노력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성과가 부족했다. 판단착오를 인정하고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재단이 펼쳐온 작은학교 살리기 정책과 사업은 도교육청이 이어갈 예정이다. 도교육청 교육과정과는 올해부터 ‘작은학교 희망 만들기’의 일환으로 작은학교에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춘천지역의 경우 금산초·오동초·광판중·창촌중 등 10개 학교의 생태환경·창의진로·기초학력신장·인성예절·진로탐색 등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에 각 500여 만원을 지원했다. 또한 오는 7월까지 ‘찾아가는 작은학교 정책설명회’를 운영하여 작은학교 정책 및 사업에 대한 현장의 공감과 작은학교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예정이다.

강원교육복지재단 해산을 앞두고 불거진 작은학교 통폐합 논란에 대해서는 “2017~2021년도 ‘적정규모 학교 육성계획’에 따라 매년 추진하는 적정규모 학교 육성 사업이다. 지역주민·동문회 등 교육 구성원의 의견수렴을 거쳐 학부모 60% 이상의 동의에 따라 최종결정한다. 억지로 통폐합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을 위해 좀 더 여건이 나은 작은학교와 통합하고, 학생이 2~3명만 있는 아주 작은학교는 거점 캠퍼스로 활용하는 등 교육력 향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 작은학교와 마을공동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치겠지만, 작은학교만 살린다고 공동체가 살지는 않는다. 경제기반이 없고 시·군과 멀리 떨어진 작은학교를 활성화시키려면 균형발전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살길? 작은학교 살리기를 통한 마을공동체의 활성화”

강원교육복지재단의 권오덕 사무국장은 “이미 출범 당시 기부금 모집이 어렵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래서 당초 약 300억원의 사업규모를 수정해서 124억원으로 축소하고 내년까지 도교육청에서 99억원을 출연하기로 한 거다. 당초에 기부금에 의존할 사업이 아닌 점은 교육청도 알고 있었고 출연금으로 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결국 의지의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교육청에서 작은학교 활성화 사업을 이어갈 테니 문제가 없다? 아니다, 작은학교에 돈을 지원한다고 작은학교를 살릴 수 없다. 2012년부터 도교육청이 해왔지만 그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건 이미 알려졌다.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거점으로서 작은학교를 인식하고 그 바탕에서 차별화된 정책을 펴야 한다. 작은학교와 더불어 마을을 봐야 한다. 2018년까지 도교육청의 소통협력팀이 있었고 재단과 협력하며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잘 진행했다. 하지만 2019년 팀이 해체되면서 정책 철학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권 사무국장은 마을교육공동체 관점에서 포괄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작은학교 살리기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고, 대안이 나온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작은학교 살리기와 마을교육공동체는 따로 갈 수 없다. 작은학교 통폐합이 가속화되면 면 단위 이하의 공동체가 교육인프라 부족으로 공동화되는 등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교육청과 지자체의 협력, 주민 참여가 중요한데 그걸 매개할 수 있는 게 재단이다. 교육청이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작은학교 활성화를 통한 마을공동체의 활성화, 이것이 강원도가 살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의 작은학교(전교생 60명 이하 공립 초·중학교)는 초 154개, 중 66개 총 220곳으로 전체 학교의 45%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학령인구 감소로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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