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일러스트 작가 박지현 첫 개인전
‘기억의 숲’… 7월 4일까지 예담 더 갤러리

마음 서랍 속 깊이 자리한 옛이야기들, 때로는 휴식과 위로를, 때로는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좋은 것도 아픈 것도 모두 다 지금의 ‘나’이다.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한 뼘 더 성장한다.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듯 박지현 작가도 그렇게 성장해왔다. 그는 추억도 미련도 ‘초록’으로 품어내고 이야기를 건넨다. 번역가였던 박 작가는 결혼 후 찾아온 경력단절로 인해 새로운 자아를 찾아나섰다. 문학작품을 필사하던 취미를 살려 입문한 캘리그라피에 이어 수묵화로 영역을 넓히고 2017년 무렵 수묵캘리그라피의 창립 멤버가 됐다.

숲을 베개 삼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나무와 작은 집은 다양한 농도의 초록을 입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지막이 속삭인다. 당신의 기억은 어떤 색인가요? 박지현 작가가 인사하며 묻는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1만 시간의 법칙을 믿고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허전함이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잃어버린 ‘알맹이’를 찾기 위한 고민과 탐구, 치열한 연습 끝에 만난 건 동양화일러스트이다.” 동양화 일러스트는 민화의 채색기법인 중첩을 따와서 한국화를 일러스트처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색의 다양한 농도를 찾고 색을 칠하는 즐거움에 심취했다. 쌓이는 ‘초록’을 통해 나의 내면도 다시 채워져 갔다.” 숲을 베개 삼아 옹기종기 모여 사는 나무와 작은 집은 다양한 농도의 초록을 입고 비밀스런 이야기를 나지막이 속삭인다.

화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던 그, 초록을 발견하고 나무·작은집·숲으로 상징되는 기억의 이미지를 만나 늦깎이 화가가 됐다. 누구나 색으로 기억되는 이야기 하나쯤은 마음에 품고 산다. 당신의 기억은 어떤 색인가요? 박 작가가 인사하며 묻는다. 지난해 가을 춘천시민이 된 그가 초록의 도시 춘천에서 들려줄 긴 이야기가 궁금하다.

박종일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