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애 (호반초등학교 교사)

아기가 태어나면서 코로나19 시대를 만났다. 단절된 세상에서 휴대폰은 초보 엄마에게 백과사전이자 육아 동지와 소통하는 창구였다. 아이가 아프면 휴대폰을 먼저 켰고 아이를 돌보는 방법도 휴대폰으로 찾았다. 맘카페 육아 동지들에게도 물었다. 팝콘처럼 댓글이 튀어 올랐다. 이 방법 저 방법 좋다는 것들을 하며 아이를 길렀지만 육아는 쉽지 않았고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때 마침 육아서 한 권을 읽었다. 특별한 비법이 있는 책도 아니었고 정답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었다. 아기의 행동을 관찰하고 아기의 세계를 함께하라는 뜬구름 같은 얘기였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책에서 알려주는 방법을 시작했다. “아이가 왜 울까요?”라고 엄지손가락을 바삐 움직여 질문하는 대신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아이와 발걸음을 맞추었다. 신기하게도 아이와 궁합이 맞아가기 시작했고, 나는 아이와 제법 잘 지내게 되었다.

내가 육아를 하면서 휴대폰을 놓지 못한 이유는 불안해서였다. 많이 알면 문제 상황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앉은 자리에서 빨리 정보를 얻고 싶었다. 정보를 쓸어모으면서도 이것을 의심하거나 내게 꼭 맞는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으로 빨리 쓸어모은 지식과 정보는 나를 알찬 엄마로 만들어주지 못했다. 늘 흔들렸고 아이에게 꼭 맞는 방법을 찾기 어려웠다.

책은 원하는 답을 바로 주지 않는다. 찬찬히 읽고 생각을 해야 비로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기에 책은 가져간 시간만큼 단단하고 견고한 생각을 선물로 준다. 육아서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아이의 행동을 떠올렸고 차근차근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시도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책이 훌륭해서가 아니다. 휴대폰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빨리 쓸어모으고 버리는 지식이 아니라 찬찬히 읽고 생각을 했기에 내 안에 스며들었고 이를 통해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휴대폰은 정보를 소유하고 누리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다. 하지만 여러 자극이 많은 휴대폰으로 찬찬히 읽고 생각할 시간을 갖기란 쉽지 않다. 정보의 양은 넘쳐나지만 이는 오히려 불안을 안겨준다. 우리는 넘치는 정보 속에서 내 안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글을 읽고 의미를 곱씹는 시간이 필요하다. 검색 말고 사색하자. 둥둥 떠다니는 지식과 정보를 소유만 할 것이 아니라 읽고 떠올리고 깊이 헤아려보자. 휴대폰을 내려놓고 책을 손에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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