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권정생은 어린 시절 내내 겪은 전쟁의 고통과 굶주림 속에 해방을 맞이하게 된다. 아홉살 권정생에게 해방이란 그가 태어나서 자란 일본, 그리고 두 형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아픔으로 기억될 뿐이었다. 해방 이듬해 고국으로 돌아온 권정생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겹게 생활을 해야만 했다. 그 무렵 나라는 친일파와 민족반역자들이 미군정의 보호를 받으며 권력에 복귀했고, 평등한 나라를 외치던 사람들은 ‘빨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기도 했다. 권정생은 그 무렵부터 세상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었으며, 유년시절 겪은 여러 차례 전쟁의 경험은 훗날 권정생의 작품 속에 스며들어 반전과 평화를 바라는 깊은 메시지를 담게 된다.

 

그는 한때 거지로 떠돌던 자신의 생활을 되새기며 ‘가난한 삶’, ‘욕심 없는 삶’을 다짐하며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의 ‘거꾸로’의 시선은 세상에 대한 강한 저항의식과 함께 민중과 자연에 대한 작품으로 빛을 보게 된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민들레 싹은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을 피웠어요.

향긋한 꽃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어요.

방긋방긋 웃는 꽃송이엔 귀여운 강아지똥의 눈물겨운 사랑이 가득 어려 있었어요.―《강아지똥》, 권정생

그의 첫 동화집인 《강아지똥》이 그러하다. 가난으로 인해 얻게 된 질병으로 죽음을 눈앞에 둔 권정생이 병마와 힘겹게 싸워가며 지은 동화로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 쫓고 보잘것없는 것은 무시하고 천대하는 현실에 저항하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또한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중첩된 병으로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면서도 이오덕, 이현주, 정호경 등 평생 동지들이 있어 행복했던 권정생의 이야기는 시가 되고 동화가 되어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무르게 되었다. 《작은 사람 권정생》은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이후에는 노동과 자연히 따를 수밖에 없는 가난을 선택하며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다가 2007년 5월 17일 생을 마감한 권정생의 발자취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쓴 일대기로 그의 작품들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6월 춘사톡톡 모임이 한 주 미루어진 탓에 《작은 사람 권정생》은 우리 곁에 더 머무르게 되었다. 톡톡님들(춘사톡톡 회원)에게 그 어느 책보다 더 큰 울림과 깨달음이 많았던 책이 아니었던가 싶다.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낮은 곳에서 거꾸로 보는 그의 시선을 닮고 싶은 마음은 비단 나뿐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내일’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희망을, 그리고 대중에게는 영원하고도 온화한 혁명가 권정생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저자 이기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분을 마음에 품고 계실 듯하다. 춘사톡톡에게도 ‘큰 사람 권정생’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춘사톡톡: 춘천시민이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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