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심이 아닌 가치 중심의 “완전히 판을 바꾸는” 정치 펼칠 터
신자유주의는 승자독식·무한경쟁·비정규직 조장하는 거대한 사기극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판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도전에 나선 최문순 도지사를 만났다.

우리나라 현실의 바로미터, 강원도

5월말 현재 강원도 인구는 153만5천491명으로 1월보다 6천205명이나 줄어들었다. 2030세대의 탈강원 현상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월부터 5월말 현재 20~29세 탈강원 인구는 2천162명이고, 30~39세 탈강원 인구는 2천87명으로 2030세대 탈강원 인구가 68.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접하는 강원도민, 지역주민의 마음은 착잡할 터. 또한 강원도는 인구 3%의 정치적 변방으로 치부되고 있으며, 남북 강원도의 분단이라는 상처마저 안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밑바탕에는 ‘일자리’, ‘청년’, ‘육아’라는 키워드가 있다. 이는 강원도만의 현상이 아니라 대부분의 지역이 겪고 있는 고질적 병폐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검증된 정책으로 “완전히 판을 바꾸겠다”

이렇듯 강원도를 비롯한 지역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에 최 지사는 10년 강원도정의 경험을 구체화하고자 대선이라는 판에 직접 나섰다. 모토는 “완전히 판을 바꾸는 남자”다. 감자 등 강원도 농산물의 ‘완판남’이 뒤틀어진 세상의 판을 바꾸겠다고 한다. 강원도라는 정치적 변방에서 외치는 시대적 소명이기도 하다.

“강원도 정치인이 대선에 당선된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이 진화하는 것이다. 변화는 중앙에서 시작될 수 없다. 변방에서 외쳐야 한다. 강원도민이 나서서 기성정치의 변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강원도민이 지역 중심의 정치를, 가치 중심의 정치로 전환시키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300만 남북 강원도민의 염원이자, 강원도가 지닌 미래지향적 가치이기도 하다.”

최 지사의 대선 출마는 기존의 ‘지역 중심’ 구도를 ‘가치 중심’의 구도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다. 강원도를 ‘정치적 변방’으로 규정한 최 지사는, 도정을 꾸리는 그간 강원도 정책 제안이 중앙에서 반영되지 않아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전한다. 따라서 재정(현재는 중앙정부 80%, 지방정부 20% 구조다)과 의사결정구조 등이 중앙정부에 쏠려 있는 틀어진 ‘판’을 완전히 뒤집어 분권국가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2030의 분노는 모든 세대의 몫

현재 2030의 분노는 해당 세대의 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세대 등 모든 세대, 모든 사회구성원을 힘들게 한다고 진단하며, 현재 민주당의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현재의 재난지원금은 빈부격차, 지역격차를 더욱 공고히 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동네에서 사용되는 재난지원금은 현재 구조에서는 중앙으로 몰리며, 골목상권을 황폐화시킬 뿐이고, 중앙에서도 특정 지역과 계층으로 돈이 몰린다. 상층에 몰린 여윳돈이 부동산 등으로 넘쳐흐르며 청년들, 국민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한다.

“신자유주의는 거대한 사기극”

최 지사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병폐가 신자유주의에서 기인한다고 평한다. 현재의 신자유주의는 주주자본주의로서 오로지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할 뿐이다. 신자유주의의 부작용은 민주주의의 훼손, 패권적 자유무역, 그리고 금융에의 의존 등으로 나타난다. 최 지사는 단호히 정의한다. “신자유주의는 거대한 사기극이다.”

#판 바꾸기 01

■ 취직사회책임제 2개월여 만에 1만8천여 명 접수

3선 10여 년의 도정은 신자유주의라는 뒤틀린 판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 구체화의 시간이었다.

그 야심찬 첫 번째 정책이 취직사회책임제이다. 최 지사는 보편복지인가 선별복지인가의 선택에서 취직사회책임제를 제안했다. 취직사회책임제란 신규채용시 1인당 월 10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고, 1인당 무이자 3천만원을 융자하여 3년간 고용유지시 융자금의 30%를 인센티브로 지원하는 제도다.

최 지사는 기본소득도 좋지만, 한 달에 10만원씩 받으면 60조원으로 국가 전체 예산의 10%이다. 하지만 한 달에 10만원씩 매달 받는다고 해서 근본적인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진단하며, “취직사회책임제는 국내 실업자 150만명을 매달 100만원씩 지원하면 1년에 18조원이다. 빈부격차를 해소하려면 정기적으로 월급을 주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고, 경제승수효과도 훨씬 크다”고 말한다.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소상공인에게 인기 높아

4월 16일부터 사업 공고를 통해 본격 시행된 강원도 취직사회책임제 근로자 규모별 접수현황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6월 11일 현재, 도내 6천63개 기업 1만7천789명이 접수 신청을 했다(<표 1> 참조). 이 인원이 취업하면 강원도 고용률은 1.0% 상승하고, 실업률은 3.0%대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소기업·소상공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10인 이하 사업장의 참여가 높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전체 신청 기업의 85.6%에 달하는 5천190개 업체이고, 인원은 66.8%인 1만1천875명이다. 특히 1인 자영업자도 1천304개 2천668명이 접수 신청을 했다.

이러한 추이로 볼 때, 취직사회책임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에게 커다란 관심과 인기가 높다는 점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는 유력한 수단임이 입증된 셈이다.

■ 판을 바꾸면 취직사회책임제 재원 조달 가능

참고로 강원도의 경우, 2020년 재난지원금은 4천억원이 지출되었고, 실업급여는 작년 5월부터 올해 4월말까지 3천648억여 원이 지출되었다. 이에 비해 1만명을 취직사회책임제로 지원하면 1년에 1천200억원이면 가능하다.

강원도의 정책으로 살펴보면, 우선 실업급여제도를 보완하면 해당 재원의 일정 부분을 조달할 수 있으며, 재난지원금 형태의 지원을 통한 추가 재원 마련,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상 지원금 제도를 보완하면 충분히 조달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최 지사는 실업급여제도 등 관련 법제도를 정책적으로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하며, 이는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경제 및 소기업·소상공인을 활성화시켜 뿌리가 든든한 지역 경제 만들기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 부산 등지에서도 취직사회책임제 도입 촉구 목소리

강원도의 취직사회책임제에 대한 중소기업의 적극적 호응과 관련 단체의 제도도입 촉구 목소리도 전국으로 확산 추세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8일 부산롯데호텔에서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초청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부산시민을 신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인건비와 자금을 지원하고, 고용 유지시 지원금 일부를 면제해주는 ‘부산형 취직사회책임제’ 도입 제안 등을 요청했다.

최 지사는 “고용이야말로 불공정-불평등-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고용을 늘리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며 “고용을 늘리려면 나라 시스템 전체를 고용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며 “국가 예산과 정책, 법제도와 금융 등을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취직사회책임제의 전국 도입’을 거듭 제안했다.

#판 바꾸기 02

■ 도립대 전국 최초 등록금 “0” 대학 선언 9년차 맞아

미래세대 청년을 위한 또 다른 판 바꾸기 정책이 강원도립대의 등록금 없는 대학 선언이다. 2012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2013년에는 19만6천원만을 부담하게 만들며 해당 정책을 9년째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2020년 현재 학생 1인당 부담 등록금은 26만8천원이다(<표 2> 참조). 소요 재원은 연간 도비 5억원 지원+국비(국가장학금) 15억원 이상 등 20억원 이상 확보를 통해서였다.

■ 1조5천억원이면 전체 국·공립대 등록금 “0” 가능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발표한 ‘2015년 대학 졸업생 평균 부채’ 조사결과, 당해 졸업생 58.4%가 갚아야 할 부채(빚)가 있다고 응답했다. 즉, 5명 중 3명이 ‘빚’을 안고 졸업하는 것이다. 개인 평균 부채 규모는 1천321만원이었고, 이는 전년도 조사보다 46만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학생들이 본인의 명의로 첫 빚을 낸 시기는 1학년 때가 전체 응답자의 53.2%로 가장 많았고, 빚을 낸 이유는(복수응답) 학비(등록금) 때문이라는 응답자가 90.9%로 압도적이었다. 또한 빚이 있는 졸업생 2명 중 1명은(49.9%) 빚을 빨리 갚아야 한다는 부담(스트레스)이 ‘매우 높다’고 답했다. ‘조금 높다’는 44%로 결국 대부분의 졸업생은 빚 상환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처럼 대학 졸업 후 미래가 불투명한 경우, 대졸 청년의 부채는 암울과 좌절의 나락으로 이끌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사회 진출 발걸음을 가볍게 하자는 것이 국·공립대 등록금 폐지다. 전국 국·공립대 입학정원을 9만명으로 추산할 경우, 1조5천480억원이면 등록금 폐지가 가능하다.

■ 국민운동과 법제화로 대학등록금 폐지한 독일

당연 재원 마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재원 마련은 의지의 문제다. 강원도립대 사례를 살펴보면 금세 실현 가능함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전국평균 장학금(정보공시 기준)이 58.9%인데,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가 강원도처럼 재원을 마련한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독일에서 등록금 폐지를 이끈 힘은 세계화와 정부의 구조개혁에 의해 빚어진 격차와 불공정을 배경으로 달아오른 국민운동이다. 남부 바이에른에서는 학생과 노조를 중심으로 대학등록금 폐지 동맹이 만들어져 주민운동이 확산되면서 2주 만에 유권자의 14.4%에 해당하는 서명을 모았다. 독일의 경우, 국민청원은 2주 이내에 유권자의 10% 이상의 서명을 받을 경우 주의회에 채택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는데, 의회가 거부하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법제도를 통해 독일은 대학등록금을 폐지했다.

#판 바꾸기 03

■ 육아지원금 월 40만원 4년간 지급 제도 도입

판 바꾸기를 위한 주목할 정책이 또 있다. 2019년 강원도가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육아기본수당 지원 사업이다. 

육아기본수당이란 2019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에게 4년(48개월) 동안 월 40만원씩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의 결과물이라 속단하기에는 이르지만, 2019년 신생아 감소율은 세종시(3.1%)에 이어 강원도(-0.8%)가 가장 양호한 상황(전국평균 -7.4%)이며, 2020년에는 전국에서 강원도(-5.8%)가 가장 양호한 상태이다.

2020년 강원도 합계출산율은 1.04명으로 세종(1.28명), 전남(1.15명)에 이어 전국 3위이며, 2020년 합계출산율이 전국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에서 강원도는 전국 최저수준의 감소폭(-0.04명)을 기록했다.

최 지사의 육아기본수당 정책은 정부 개입 없이 당사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당사자우선주의 원칙의 대표적 사례다. 이는 대학등록금 폐지와 맥을 같이하며, 취직사회책임제에서도 일관성 있는 원칙으로 유지되고 있다.

■ 프랑스, 꾸준한 육아지원정책으로 출생률 2%대 유지

최 지사는 육아기본수당 정책을 프랑스 사례에서 얻었다. 잘 아시다시피 프랑스는 대표적인 저출산국가였다. 하지만 직접적인 육아지원정책 등을 통해 1993년 1.65명의 출산율을 2020년에는 2.2명을 넘어서며 저출산 극복에 성공했다.

프랑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회피하지 않도록 일정 금액(매달 1인당 72만원 정도)의 양육비를 국가가 직접 지원하고 있다. 90% 이상의 아이들이 공립유치원에서 무상으로 교육을 받으며, 중등학교까지 무상으로 교육을 받는다. 이처럼 프랑스는 보조금을 통해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다.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개인이나 가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기본 철학을 통해 장기적인 인구정책 차원에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도입된 정책이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지만, 육아기본수당 제도 신설 이후 강원도의 출산율 관련 지표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분권과 시민참여 시대 열기 위한 개헌 필요

현재 수도권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돈도 몰려 있다. 또한 예산도 중앙정부가 80%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대한민국의 판을 뒤엎는 발상의 전환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최 지사는 강조한다. “지방정부부터 먼저 해보자는 뚝심과 철학으로 3선 10년을 지내왔다. 현재 판을 바꾸기 위해서는 분권을 명시하는 개헌이 이루어져야 한다. 재원도 중앙과 지방정부가 50:50으로 동일하게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민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춘천시민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현재의 중앙정부 중심의 집행구조에서는 불가능하며 지역 발전은 요원하다. 지지역분권을 통해 시민참여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대선 주자 지지 원칙 바로 세워야

최 지사는 현재의 지역 중심 정치는 당연히 이미지 정치로 흐르게 마련이라고 설명하며, 대선 주자를 지지할 때는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어떤 경험이 있는지 등 가치를 중심으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청한다. 또한 정책에 대한 과거 실천 여부를 검증하고 선택하기를 춘천시민들에게 당부한다.

인터뷰 도중 유기견을 데려와 키우던 반려견이 대문을 비집고 집 밖으로 탈출했다. 반려견을 찾으러 봉의산 쪽으로 내닫는 최 지사의 모습이 오랜 시간 잔영으로 남는다. 집 나간 반려견은 유기견 보호소에서 찾았다는 다행스런 소식을 전해왔다.

이창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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