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네

텃밭에 상추를 뜯고 장독대로 가서 잘 익은 막장을 종지에 담다가 검지손가락을 푹 넣어 찍어 먹으면 “장에 벌레 꼬인다”는 어머님의 잔소리에 황급히 뚜껑을 덮는다. 어머니는 돼지고기에 각종 채소를 넣으시고 발그스레 무쳐 무쇠 프라이팬에 달달 볶아내신다. 상추에 막장을 바르고, 잘 볶아진 고기 한 점과 따끈한 밥을 올려 먹으며 심심하지 않게 풋고추를 장에 쿡 찍어 먹던 그 맛이 그리운 6월이다.

효자동 ‘만보네’에 도착한 건 저녁 6시경이었는데 일찍이 자리를 잡고 돼지갈비로 생일파티를 하고 있는 중년 여성분들에게 이 집 맛이 어떠냐 물으니 돼지갈비 맛이 일품이란다.

제육볶음이 맛있다는 지인의 말을 들은 터라 2인분을 시켰는데, 부지런한 주인장은 기다릴 틈도 없이 갖가지 반찬을 차려주신다. 시래기볶음, 도라지무침, 각종 채소장아찌, 어묵볶음, 콘샐러드, 열무물김치 등 반찬이 좀 많다 싶을 정도로 인심 후하게 내어준다.

이 집의 인기 만점인 제육볶음은 무쇠팬에 올려지는데 자글자글 끓기 시작하니 군침이 꿀꺽 돈다. 바짝 졸여 한입 먹어보니 예전 어머님이 해주시던 그 맛이다. 고기 맛도 최상이다. 단맛이 강하지 않아서 더욱 좋았다.

젊은 학생들에겐 차돌된장이 인기이고 점심 메뉴로는 단연 제육볶음이 최고 인기라고 한다. 청국장도 인기가 많은데 주방을 맡고 있는 아내가 직접 콩으로 담근다며 아내의 음식솜씨가 남다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내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해요. 오늘 드신 시래기는 양구 시래기로 만들었어요. 맛이 괜찮죠? 아내가 손맛이 좋아서요.”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며 이야기하면서도 일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

주차가 조금 어렵다 보니 골목에 차를 세우고 가야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 있는 맛을 선사해준다.코로나19로 직원도 줄이고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맛있게 만들면서도 덜 남기며 일한다고 하는데 진짜 가격이 혜자스러웠다.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장점을 고루 갖춘 집밥 같은 맛집을 찾는다면 가족들 또는 지인들과 오순도순 모여 돼지갈비에 한잔을 기울일 수 있는 ‘만보네’로 가보자. 푸짐하고 정갈한 솜씨의 인심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식사할 수 있다.

강대병원 앞 일성아파트쪽 왼편 / 255-1927

 편현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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