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바다에는 심퉁이라는 고기가 산다

심퉁하게도 생긴 이놈은

만사가 심퉁이라 무리를 짓지 못하고

저 홀로 심퉁한 입술을 바위에 대고 산다

내 마음의 바닷가에도 심퉁이라는 고기가 산다

심퉁하게도 생긴 이놈은

세상과의 불화가 끝이 없어

심퉁한 입술을 돌덩이에다 붙이고 하루해를 보낸다

 

하루에도 열두 번

심퉁한 입술로 돌덩이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 이홍섭 시집 《검은 돌을 삼키다》 중에서

 

그의 시집에는 선승의 결기가 드러난다. 시에는 마지막에 이르러 한칼이 그어져 있다. 그를 칼잡이라 하면 혼날 거 같고, 선사라 하면 도리질 칠 터인데, 그의 말대로 좋은 음악과 좋은 향기를 쫓는 건달바라 부르기로 하자. 그것도 어느 폐사지를 거니는 건달바와 같다. 허허로운 연애와 황량한 석양 아래, 사연을 짐작하며 밝아보는 초석, 무너진 기왓장과 돌탑 옆에 무심코 핀 애기똥풀, 무심한 듯 그는 진하다. 잿더미가 내려앉은 자리, 돌아가야 할 곳을 잃은 그의 긴긴 그림자를 가늠한다. 수호해야 할 불법이 무너진 세상에서의 건달바는 그 수단을 달리한다. 그게 시일 것이다.

그의 시는 가뭇없는 바다의 이내 같다. 폐사지를 떠도는 범종 같은 그의 목소리가 심장을 조곤조곤 조인다. 그는 선문과 속문 사이에 가랑잎 타고 미끄러지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건달도 울화는 있을 터. 마지막 결구는 시조의 종장이나 한시의 결구, 하이쿠나 선사들의 공안을 닮아 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선사고 시인이고 칼잡이다. 한칼을 날리기 위해서는 조곤조곤해야 한다. 연과 연 사이에서 놀거나 행과 행 사이에서 놀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는 옛날 사람처럼 여유를 조곤조곤 나눠주는 사람이다. 시를 읽다 심장을 베이고 말았다. 결국 칼은 내게 향하기 때문이다.

한승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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