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보영 (원주공업고등학교 국어교사)

“선생님, 책을 왜 읽어야 하나요?”

직업이 국어교사인 나에게 책읽기는 숨쉬기와 같은 것이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나를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입시에 필요하기도 하고, 국·영·수의 첫 부분을 당당히 차지한 과목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문을 제기할 용기도 관심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내가 존재의 근원을 흔들게 하는 질문을 만난 것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문장은 (아마도) “지금껏 책을 읽지 않고도 잘 살아왔는데”일 것임이 분명하기에 책읽기의 효용을 증명해야 했다. 다양한 설득의 말에도 도무지 공감 못 하는 아이에게 결국은 “국어 시간이잖아”라고 말하고 이야기를 마무리하였다.

수영의 즐거움을 말로 가르칠 수는 없다. 스스로 팔다리를 움직여 물과 일체감을 느낄 때의 충만함은 물을 먹고 팔다리가 따로 노는 시련의 시간 끝에 오는 것이기에 더 황홀하다. 초등학교 시절을 끝으로 책과 ‘손절’한 아이들과 함께, 한 학기 동안 세 권의 책을 읽었다. 단행본 만화책과 짧은 단편소설, 그리고 고전소설 《허생전》. 때론 시험에 빠질 때도 있었지만 무사히(?) 책읽기를 마친 아이들이 들려준 이야기.

“허생이 만약 부자였다면 가난한 자들에게 베풀며 살고 부(富)에 눈이 멀지 않고 서로 나누며 살아갔을 것 같다. … 나도 남들에게 베푸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 …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다.”《허생전》 감상문 중에서

“나는 춤을 춘다. 나의 꿈도 춤이고 나의 진로도 춤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나는 내가 춤을 추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빛난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춤을 추는 사람이 되고 싶다.”《저 청소일 하는데요?》 감상문 중에서

“시급제 알바를 고용하는 고용주도 시급제 알바는 잠깐 쓰고 버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도 관련 정책을 만들어서 인식 개선과 시급 문제를 같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까대기》 감상문 중에서

읽어야 보이는 세상이 있다. 품을 들여보려고 애쓰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세상이다. 아이들은 책읽기를 통해 나만이 존재하던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거대한 세상을 만난다. 그 세상 속에서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방법은? 다시 책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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