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인턴기자

길고양이를 향한 측은지심이 마냥 선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캣맘대디의 지나친 행보가 길고양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키우기도 한다.

최근 중앙박물관의 보신각에 누군가 고양이 사료를 놓거나, 한 유튜버는 그물에 걸린 고양이를 구조하기 위해 어부의 그물을 훼손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인터넷에서는 길고양이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

기자와 가족도 길고양이 7마리를 입양해서 돌본다. 중성화도 시켰다. 중상을 입은 길고양이를 2주에 걸쳐 구조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기자의 집 주변 주민끼리 길고양이 문제로 마찰을 빚어, 반대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싶었다.

발정기를 맞은 고양이는 밤새 울거나 여기저기 오줌을 뿌려댄다. 주택가 민원의 원흉이다. 캣맘대디를 향한 불만도 있다. 주민의 차량 밑에 사료 그릇을 놓아두어 캣맘대디와 차주가 마찰을 빚는 일도 잦다. 심하면 육탄전으로 번지기까지 한다. 고양이가 무더운 햇빛을 피하게끔 하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차량은 엄연한 사유재산이다.

발정기를 맞은 고양이의 문제는 중성화로 해결할 수 있다. 때문에 서울, 춘천, 안산 등 많은 지자체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TNR을 시작해 지난 2020년 “길고양이 개체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연구에 따르면 길고양이 군집별로 70% 이상이 중성화돼야 개체수 감소가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서울시 조사결과 군집별로 10~20%의 개체만 중성화됐다. 길고양이 개체수가 줄어든 원인은 음식물쓰레기 처리 고도화라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고양이의 동물사냥도 길고양이 반대론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스티븐스 섬 굴뚝새는 유입된 고양이에 의해 1년 만에 전멸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팀에 따르면 새의 멸종 원인 1위가 고양이다. 호주 해안가 제비갈매기 111쌍이 단 한 마리의 고양이로 인해 번식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환경부는 고양이들이 가파도·비양도 생태계 혼란의 중심에 있다고 밝혔다. 물론 고양이를 학대하는 사람에게도, 고양이를 살처분하자는 이야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캣맘대디의 지나친 행동은 길고양이 혐오를 부채질한다.

길고양이 동물권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행위가 타인의 권리와 재산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후원해 중성화 사업을 돕는 것도 좋다.  캣맘대디가 성숙한 태도를 지니는 것이, 진정 고양이를 구조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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