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 신데렐라 / 리베카 솔닛 글, 아서 래컴 그림
홍한별 옮김 / 반비 

변신! 몇 해 전, 록 밴드 가수가 부른 노랫말이 문득 생각난다. 

“이제 난 변신/ 지금부터 시작된 끝이 없는 놀이는/ 여기저기 태어나 가득 채워 터뜨린다/ 이제 난 무지개로 변신/ 다시 또 달빛으로 변신/ 어디든 뜨고 지고 변신/ 참을 수 없어 무엇이든 변신/ …살아난 그림으로 변신/ 철없는 낙서들로 변신/ 산 채로 잡은 시詩로 변신/ 어디든 쓰고 지워 변신/ 우리 같이 놀아보자/ 다시 해가 뜰 때까지… 선명하게 변해버린/ 처음 본 이 모습들이/ 눈부시게 다가와서/ 벽에 걸린 내게/ 누구냐고 물어보네.”

그녀는 대답한다. 나의 이름은 엘라! 재투성이 깜부기불 ‘신더’가 아닌 ‘저녁을 닮은’ 아이 엘라! 어쩌면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신데렐라 동화지만, 재투성이 신데렐라가 변신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짜릿했던 어린 날의 기억이 솔닛의 동화를 읽다 보면 서늘한 아름다움으로 다시 소환된다. “실크로 만든 드레스 옷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물 흐르는 소리가 났어. 하루가 저물 무렵의 하늘처럼 파란색에, 더 깊은 파란색에, 거의 검을 정도로 짙은 파란색에 옅은 구름이 떠 있는 빛이었어. 드레스는 구름이 흐르고 샛별이 고개를 내밀고 초승달이 떠 있고 까만 새들이 단 언저리를 따라 W자 모양을 만들며 날아가고 움직일 때마다 별이 반짝이고 천에서 사르륵 소리가 났지.” 

더없이 찬란한 글로 그린 그림은 ‘동화 다시 읽기’류의 교훈적인 진부함 너머 등장하여 우주 같은 상상을 펼치게 한다. 신데렐라가 ‘자기다운 삶’과 이름을 되찾는 과정이야말로 청소년들에겐 물론 어른들에게도 먹먹한 울림을 준다.

더불어 이 책은 그림책의 황금시대에 활동한 삽화가, 아서 래컴이 1919년작 신데렐라를 위해 그린 오리지널 실루엣 일러스트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래컴의 일러스트는 대담하고 아름답다. 작가 솔닛이 말한 것처럼 인종에 대한 편견을 넘어 실루엣에서 난민 아이들, 이주민 가정부들, 입양 아동들, 외부인들, 집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이미지를 매개로 솔닛은 신데렐라 이야기가 지닌 가능성을 더욱 확장해준다.

해방자 신데렐라! 세상 곳곳에서 수천 편으로 떠돌던 이야기는 2021년을 거닐며 새로운 얼굴을 찾았다. 솔닛의 신데렐라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의 불을 일으켜 꺼져버린 줄 알았던 꿈을 되살린다.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도록 돕는 사람, 질문하는 사람, 진정한 해방자, ‘엘라’와 바로 당신이다. 

온 산하가 초록인 계절, 산딸기가 익어가고 열매들이 빛을 머금었다. 온 가족이 이 책을 함께 읽으며 ‘유리구두’ 같은 통념을 더위와 함께 벗어던지길. 이 책의 유쾌한 반전에 박수치며, 그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도 좋으리라.

한명숙(봄내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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