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명 수녀들, 56년(1955~2011) 동안 가정방문·무의촌 진료 등 의료봉사
서원 반지 형상화하고 아이와 의료진 조각에 담아, 지난 25일 제막식 엄수
“수녀들의 의료 선교를 기억하겠다는 약속, 지켜주어서 고맙습니다”
“성 골롬반 의원의 역사 모두 기록하고 복원하겠다”

지난 25일 죽림동성당 약사고개길 옆 잔디밭, 꽃가루가 날리고 새하얀 가림막이 벗겨지자 커다란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 ‘성 골롬반 의원’의 역사와 봉사자를 기리는 기념비가 마침내 완성되어 감사를 전하고 기쁨을 나누는 자리였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 ‘성 골롬반 의원’의 역사와 봉사자를 기리는 기념비가 마침내 완성되어 감사를 전하고 기쁨을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성 골롬반 의원 외방 선교수녀회’ 한국부지부장 이애리사 수녀는 “수녀들의 의료선교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준 춘천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1955년 11월,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통받던 시민을 위해 당시 천주교 춘천교구장이던 퀸란 토마스 주교의 요청으로 ‘성 골롬반 외방 선교수녀회’ 소속 의사 데이비드 수녀와 간호사 필로메나 수녀가 파견되어 ‘성 골롬반 의원’을 열고 극빈층을 위한 무료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환자가 늘자 아일랜드,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보내온 후원금을 모아 1962년 약사리 언덕에 확장하여 자리잡았다. 이후 2011년 10월 30일 폐원하기까지 56년간 ‘성 골롬반 외방 선교수녀회’ 소속 51명의 수녀들은 가정방문 진료, 무의촌 진료, 방문 호스피스, 노인요양보호 등 다양한 의료봉사를 펼쳤다. 특히 1989년부터는 당시 이름조차 낯선 호스피스과를 설치, 방문 호스피스를 2013년까지 운영했다.

이처럼 ‘성 골롬반 외방 선교수녀회’는 ‘가난한 이들 중에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조직이다. 수호성인인 골롬반 성인이 성서 말씀에 따라 ‘그리스도를 위한 나그네’가 되어 새로운 지역을 옮겨 다니며 복음을 전한 것처럼, ‘성 골롬반 외방 선교수녀회’는 다른 문화 속에서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면서 정의를 위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시는 지난해부터 ‘성 골롬반 의원’을 기억하기 위한 기념비 조성 사업을 시작했고, 마침내 6월 25일 제막식을 엄수했다. 기념비는 원형 조형물과 조각작품으로 이루어졌다. 원형 조형물은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향해 헌신하는 삶을 약속하는 수녀들의 서원 반지를 형상화했으며 원형 상단의 이미지는 당시 성 골롬반 의원의 정문을 모티브로 했다. 최대성 조각가가 만든 오석 조각작품은 당시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어린아이와 의료진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제막식에는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한국지부 신학원장 오기백 신부, 성 골롬반 외방 선교수녀회 한국부지부장 이애리사 수녀와 수녀들, 성 골롬반 의원 직원들을 비롯해 천주교 춘천교구 배종호 총대리 신부, 죽림동 주교좌성당 홍기선 신부, 이재수 시장, 황환주 시의회 의장, 성 골롬반의원 기념비 자문위원들, 약사주민자치회와 주민들이 참석하여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

감사패를 받은 ‘성 골롬반 의원 외방 선교수녀회’ 한국부지부장 이애리사 수녀는 “가난하고 힘든 이를 위해 11월 추운 날 두 분의 수녀님이 춘천에 도착했고 이후 많은 수녀들이 함께했다. 성 골롬반 의원의 후원자와 직원들 덕분에 수녀들이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 성 골롬반 의원은 가난하고 힘든 곳으로 파견 가서 일하게 될 한국의 수녀들이 마음가짐을 배우는 소중한 의미를 지녔다. 그 마음 덕분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심히 일할 수 있다. 골롬반 신부님들, 천주교 춘천교구, 오늘 함께하지 못한 마가렛 수녀님께 감사드린다. 특히 수녀들의 의료선교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준 춘천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시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기념비라 더 뜻깊다”라고 말했다.

이재수 시장은 “가난한 시민의 참 이웃이 되어준 성 골롬반 의원이 문을 닫을 때 예의를 다하지 못한 게 정말 죄송했다. 늦게나마 기억하리라는 약속을 지켰다. 앞으로도 성 골롬반 의원의 역사를 모두 복원하고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화답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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