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싸한 김치만두의 유혹

춘천 세무서 교차로에서 꿈자람 물정원 쪽으로 돌아 200여 미터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주안이네 왕만두’가 있다.

가게 앞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쪄지던 만두 솥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지만 그 맛만은 변함이 없다. 4년 전 가게가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며 만두를 찌는 솥도 사라졌다. 17년 전 가게 문을 열 당시 손으로 빚던 만두는 이제 기계의 힘을 빌리고 있다. 2006년 가게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어지며 기계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가게 이름의 주인공인 ‘주안’이는 성인돼 군대에 갔다.

손님 “가게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 대표 “주위 분들의 도움으로 17년이 됐어요.”

동해에서 만두 장사를 했던 1대 사장 이강예(81) 씨는 2001년 태풍 ‘로사’로 동해의 집을 잃었다. 그 이듬해인 2002년 딸 부부가 살던 춘천으로 옮겨와서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2003년 동해에서만 만두 장사를 17년 했던 이 씨는 낙원동에서 ‘주안이네 왕만두’를 시작했다. 2대 사장인 이태길(46)·오미라(46) 부부는 “3개월 만 어머니 가게를 돕는다는 것이 벌써 17년이 됐다”고 한다.

17년의 세월 동안 가게를 운영하며 힘든 일도 많았을 것이다. 2대 사장 부부는 지난 시간을 회상하며 “가게가 자리를 잡는데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춘천에서 가게를 시작할 때 아는 약사분이 권리금과 첫 달 월세를 내주셨다. 가게 문을 연 첫해 ‘중국 종이 만두 사태’가 있었다. 가게에서 찾아주시던 한 손님이 이렇게 맛있는 만둣가게는 망하면 안 된다고 자진해 가게를 홍보해주셨다. 그렇게 손님들 덕분에 오늘까지 장사를 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외진 곳에 있는 가게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감사하다는 부부다.

그들은 어머니가 지켜온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은 팔지 않는다’와 ‘재료를 아끼지 말라’는 철칙을 지키며 오늘도 장사에 임한다.

김정호 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