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철성 (사단법인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

지난 5월 21일 강원도의회 개원으로부터 제100회 마지막 날! 짙은 어둠이 내렸다. 직전 제99회 도의회에서는 최초 사업 예비타당성(B/C)이 0.34밖에 나오지 않았던 ‘강원국제전시컨벤션센터’ 적자 사업을 집행부가 무리하게 추진하려 하자 이를 부결시켰다. 하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여당 의원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번에는 통과도 안 된 센터 사업의 ‘주차장’을 먼저 짓겠다며 499억원의 예산을 결국 통과시켰다. 학교 설립허가도 나지 않았는데, 운동장 먼저 짓겠다는 ‘황당 행정’의 진수를 여과 없이 보여준 ‘역사적인’ 날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모습을 또다시 춘천시와 강원도에서 보게 될지 모른다.

춘천시는 강원도와 함께 현 캠프페이지 부지에 ‘창작종합지원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데 지난해 10월 한국지방행정원에서 발간한 용역보고서를 보면 이 사업의 경제타당성은 0.16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부결된 ‘강원국제컨벤션센터’ 사업의 1/3밖에 나오지 않은 수치다. 또한 운영수지 분석 결과 13.2%로 현재 운영중인 ‘춘천문화예술회관’ 19.8%보다도 한참 낮고, ‘강릉아트센터’보다는 무려 10%가 낮게 나왔다. 무리하게 추진해 운영한다면 춘천시가 매년 적자 운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만 33억원으로 추계하였다. 그러나 이런 국책기관의 용역보고서 결과도 간단히 무시되었다.

대담한(?) 춘천시와 강원도는 도비와 시비 1천98억원을 들여 위 사업을 2024년 6월까지 짓겠다는 계획 아래 일사천리 밀어붙였다. 하지만 또다시 복병을 만났다. 지난 3월 4일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에서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재검토 통보를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강원도와 춘천시는 전가의 보도인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성이 기대보다 낮게 나왔다고” 변명을 했지만, 이마저도 거짓이다. 용역보고서에는 이 사업에 관한 조사의 분석 기준일을 ‘2018년 12월말’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재수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춘천시를 최고의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세우며 추진한 핵심사업이었다. 현 캠프페이지 일원에 오페라극장을 필두로 최초 기획부터 무대미술, 음악, 영상 등의 디자인과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한 공간에서 해결하는 집약적 창작문화공간으로 ‘창작종합지원센터’ 건립을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28만의 춘천시에는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몸짓극장>, <춘천인형극장> 등 시가 소유한 공공 공연장이 3곳이나 된다. 여기에 국제규모 행사를 치를 수 있는 <강원대 백령아트센터>, <한림대 일송아트 홀> 굴지의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런 곳에 또다시 연면적 2만7천㎡ 규모의 지상 4층, 지하 1층의 거대 문화공간이 세워지고, 설상가상으로 불과 수km 이내인 중도에 행안부 투자심의를 통과한 ‘강원국제전시컨벤션’까지 들어선다면 그야말로 관내 공연시장은 과다경쟁으로 ‘공생’이 아닌 ‘공멸’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발주한 용역보고서에서도 이를 우려하여 캠프페이지에 ‘강원복합문화커뮤니티’가 건설되면 춘천 관내 공연시설의 “유휴화”가 우려된다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시장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매년 수십억원 적자에, 1천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 정부기관마저도 손사래 치는 사업을 굳이 추진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원도와 춘천시는 대체 ‘혈세 먹는 하마’를 얼마나 더 키워야 이 놀음 그만둘지,

여름 하늘마저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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