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최근 기자의 지인 중 서울에 사는 지독한 커피광이 찾아왔다. 그의 손에 이끌려 간 교외의 한 유명한 커피 전문점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한산하다고 하지만 지역의 타 업종에 비해 손님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수도권 나들이객이어서 최근 춘천이 수도권 젊은 세대 사이에서 떠오르는 커피 명소라는 말을 실감했다.

6월 23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춘천카페’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43만3천955개, ‘춘천닭갈비’ 게시물은 20만4천360개, ‘춘천막국수’ 게시물은 1만5천971개이다. “춘천의 커피가 그리 맛 좋으냐?” “에이 설마. 한국에 커피 맛 좋고 예쁜 카페가 얼마나 많은데 춘천이라고 더 특별할까? 경치 좋은 데서 괜찮은 커피 마시며 힐링하러 오는 거지.” 커피 이전에 춘천이 주는 자연과 스토리가 주는 힐링이 먼저라는 말이다.

그에게 춘천시가 최근 구봉산, 소양강댐, 서면, 육림고개 등 카페거리투어 맵을 제작해 위치와 특징, 대표메뉴, 주변의 볼거리를 소개하고 가을에는 제1회 춘천커피축제도 여는 등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들려줬다.

“괜찮네. 그런데 다시 말하지만 춘천에 오직 커피만을 맛보려고 오는 건 아니야. 대도시 사람들에게 춘천이 주는 휴식적 요소와 흥미로움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서 “그런데 커피축제가 이디오피아의 집에서 하는 커피축제하고 다른 거야?”라고 물었다.

그렇다. 춘천에는 이미 커피축제가 있다. 춘천이디오피아협회 주관으로 이디오피아 전쟁기념관 일대에서 열리는 ‘세계커피축제’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디오피아인을 후원하고 지역 관광문화 발전을 위해서 2011년부터 시작됐다. 그 중심에 한국 최초의 로스터리카페 ‘이디오피아의 집’이 있다.

공지천 호숫가에 1968년 문을 연 ‘이디오피아의 집’은 53년째 지역의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 이디오피아 6·25참전 기념비 제막을 위해 춘천을 방문한 하일레 슬라세 황제가 이름을 지었으며, 이곳에 황실의 커피 생두가 외교 행낭으로 전해지며 한국의 원두커피 문화가 시작됐다. 가게 곳곳에는 황제가 직접 하사한 황실의 문장(유다의 사자)이 걸려 있다. 황제는 언젠가 다시 방문할 것을 약속했지만 혁명으로 폐위되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황실을 상징하는 사자 무늬 문장도 이디오피아에서 사라졌다. 서울에 사는 커피광이 들려준 춘천의 한 커피전문점에 관한 흥미로운 스토리이다.

그가 카페 밖에서 춘천의 전경을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나라면 춘천의 커피관광 콘텐츠에 이디오피아의 집을 꼭 활용할 거야. 모든 분야에서 좋은 스토리를 발굴하려고 혈안이 되고 없으면 지어내기도 하는 시대인데 저걸 그냥 두면 바보지.” 커피광은 가을에 커피 마시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서울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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