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 조던: 아름다움의 눈을 통해 절망의 바다 그 너머로
크리스 조던 지음, 인디고서원 엮음/ 인디고서원

얼마 전 ‘춘천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포식’에 다녀왔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적합한 주제의 책이 선정되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담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집콕놀이 프로그램은 제로 플라스틱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샴푸 비누를 만들었는데, 그때 크리스 조던의 다큐 <알바트로스>를 만났다. 알바트로스들이 평소처럼 바다의 먹이를 잡아다 새끼에게 먹였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바다의 플라스틱 조각이었고, 그 때문에 새끼들이 죽음에 이르게 된 이야기였다. 죽은 새의 뼈와 살점은 썩어 흙이 되어가는데 뱃속에 있던 플라스틱 조각들은 그대로 남아 있는 영상이 매우 충격이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이야기는 많은 책과 기사를 통해 들었는데도 이 다큐의 영상은 아름답기 때문일까, 여운이 길게 남았다.

여기 알바트로스와 관련된 또 다른 책이 있다.

앨버트로스의 똥으로 만든 나라: 누구나 꿈꾸는 세상
후루타 야스시 지음, 이종훈 옮김/ 서해문집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은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새들이 이동하며 쉬어가는 섬이었다. 알바트로스의 똥은 세월이 지나며 무기·화학비료의 원료가 되는 인광석이 되었고, 돈이 되는 인광석 채굴을 위해 유럽 열강이 앞다투어 섬에 들어와 인광석을 채굴하기 시작했다.

평화롭던 섬은 식민지가 되었고 자급자족하던 원주민은 노동자가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나우루는 독립국가가 되었지만, 섬 곳곳을 채굴장으로 바꿨다. 수입의 대부분은 국민 복지를 위해 사용되었고, 사람들은 스스로 농사짓거나 일하지 않고도 외국인 노동자를 거느리고, 쇼핑을 하는 부자들이 되었다.

일해서 돈을 벌지 않아도 먹고 자고 놀 수 있는 나라. 누구나 꿈꾸는 나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광석은 한정된 자원이었기에 빠르게 고갈되는 중이었고, 이에 대비해야 했지만 사람들은 변화하지 못했다. 당장 내가 처한 현실이 더 중요해서 아니었을까. 나우루공화국의 결말 또한 처참하다. 어제의 편안함을 조금 내려놓았다면 오늘 뭔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라도 변해야 한다”던, “착한 소비는 결국 없다”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전부용(담작은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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