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록 밴드 ‘직시’

축제극장 몸짓에서 펼쳐진 다원예술극 ‘봄이 왔다’가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봄이 왔다’는 1990년 춘천의 학생운동과 록 동아리를 배경으로 당시 자유에 관한 주제를 음악과 댄스를 더해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록 버전으로 편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보여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그리고 그 화제의 중심에는 록 동아리 학생들로 열연을 펼친 하드록 밴드 ‘직시’가 있었다.

강원대 록 음악 동아리 ‘RMPC’로 시작된 인연

왼쪽부터 최상은, 송수민, 이상엽

최상은, 송수민, 이상엽으로 구성된 밴드 ‘직시’의 만남은 ‘봄이 왔다’의 줄거리처럼 강원대학교 재학시절 가입한 록 음악 동아리 ‘RMPC’에서 시작되었다. RMPC는 1989년 창단되어 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강원대학교 록 음악 동아리로, 록 음악을 즐겨 듣거나 연주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03학번과 04학번이 모인 직시 멤버 중 보컬인 최상은은 군 제대 후, 동아리에서 쌓은 실력을 바탕으로 2008년에 ‘파티메이커(Party Maker)’라는 팀을 결성해 보컬로 활약했다. 데뷔앨범을 내면서 서울 홍대로 진출했고,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밴드 시즌 1’에 출연해 탑 24에 뽑힌 실력자다. 

기타리스트 송수민과 베이시스트 이상엽 역시 연주에 대한 갈증으로 동아리에 가입했다. 제대 후 학업과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밴드 활동에 대한 열망은 이 둘을 다원예술 전문법인 ‘문화강대국’으로 이끌었다. 문화강대국은 연기, 뮤지션, 댄스, 마술, 국악, MC, 영상, 작가, 연출 등 여러 장르의 전문예술인이 어우러져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창작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예술단체다. 송수민과 이상엽은 문화강대국 소속으로 록밴드 ‘돼지코’와 ‘에잇블릿(8BULLET)’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2004년부터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밴드 생활을 이어왔지만, 해체 등의 이유로 각자의 활동에 집중하던 셋은 2018 평창 문화올림픽 아트 온 스테이지(Art on stage)를 계기로 다시 모이게 되었다.

“평창 문화올림픽 공연에 ‘최상은 x 송수민’라는 이름으로 출연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2018년 5월에 ‘직시’라는 이름을 짓고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2019년에는 세션으로 함께 해왔던 이상엽이 합류하면서 지금의 밴드 직시가 완성되었죠”

문화강대국의 다원예술극 ‘봄이 왔다’ 공연 모습

나와 세상을 직시하고 음악으로 나아가자

남 탓인 것 같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내 잘못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은 음악 활동을 통해 느낀 감정과 깨달음을 밴드명으로 삼았다. ‘직시하라’ 

밴드 ‘직시’는 세상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으면 어디에서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모토로 음악 활동을 펼쳐 나가는 중이다. 작년 2월에는 ‘우린 잃을 게 없어’로 첫 앨범을 냈고, 올 초엔 두 번째 싱글 앨범인 ‘네가 떠나가고 새벽 네 시 반’을 발표했다. 첫 번째 앨범이 밴드를 하는 자신들을 응시하고 지금의 상황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 앨범은 주제를 정해 유추하고 상상하는 과정을 거쳐 곡을 함께 완성해 갔다. 기존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실험이었고, 음악 외적으로 하는 연기 활동이 상상력을 더해 주었다. 대본 안에서 캐릭터를 끄집어내고,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는 과정이 음악을 만들 때도 적용되었던 것이다. 작품을 통해 다른 인물을 여러 번 연기해본 송수민과 이상엽과는 달리, 최상은은 이번 ‘봄이 왔다’ 작품에서 인생에서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최상은   “문화강대국 대표님이 평소 제 말투와 스타일에 맞게 대사를 써주셔서 쑥스럽지 않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멤버들에게 음악에만 집중하라며 장난으로 툴툴거렸는데,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은 응원해주고 있죠.”

공연이 없을 때 이들은 각자의 이름으로 밴드의 기타 수업을 하기도 하고, 문화예술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어린이 통합예술교육 선생님으로도 활동한다. 처음엔 생계 수단으로 수업을 시작했지만, 가르치는 과정에서 배우고 깨닫는 게 많다. 특히 아이들을 만나는 활동이 그렇다. 그동안 문화예술은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따라 누군가는 일찍부터, 누군가는 뒤늦게 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조금은 씁쓸했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문화예술을 차별 없이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뜻깊었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아이들을 만나려 한다. 

“사람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그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바람 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대중과 록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고 싶다는 밴드 ‘직시’. ‘우린 잃을 게 없어’의 가사처럼 언젠가 세상 꼭대기에서 노래할 밴드 ‘직시’의 성장과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나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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