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많이 찾는 시내 번화가 흡연 부스 더 마련해야
보행 흡연자와 담배꽁초 때문에 관광객·시민 불만

시내 주요 번화가의 흡연 구역과 금연구역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5시, 명동과 강대 후문 등 이용객이 몰리는 번화가 골목. 금연 표시와 함께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민이 골목에서 흡연하고 있었다.

간접흡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흡연 구역을 확실히 마련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시청 정면의 흡연 부스.

명동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김 모(32) 씨는 “마땅한 흡연 구역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식사하고 나왔는데 흡연할 곳이 없어 사람이 드문 골목을 찾았다”라고 말했다. 강대 후문을 방문한 관광객 김석훈(24) 씨는 “기분 좋게 놀러 왔는데 여기저기서 흡연을 하고 침을 뱉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동서울터미널 입구처럼 흡연 부스를 따로 설치하면 좋겠다. 춘천이 관광지로 유명한 만큼 흡연문화도 성숙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골목은 금연구역이 아니기에 단속을 통해 개선하기도 어렵다.

남이섬은 2016년 기준으로 연간 330만 명이 방문한 주요 관광지 중 하나다. 남이섬은 전체가 금연구역이지만, ‘구름 동산’이라는 별도의 흡연 장소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파악된 구름 동산은 총 14개소로 관광객의 동선을 고려하고 관광지 컨셉에 맞게 디자인해 운영 중이다. 남이섬이 제공하는 지도에 구름 동산이 일일이 표기돼 있어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인적이 드문 곳을 찾지 않아도 된다.

강릉시는 2013년 7월 피서객이 몰리는 경포해변 백사장 입구에 흡연실을 따로 마련했다. 간접흡연의 불만을 해소하고, 해변의 담배꽁초 투기를 막는 방안이다. 이어서 2018년 8월에는 금연지도원과 보건소 직원들이 합동으로 흡연자를 단속한 바 있다.

동해시는 성수기를 대비해 망상 해변에 문화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행사는 이용객 중 흡연자를 위한 흡연 부스를 별도로 설치해 비흡연자와 분리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2002년 10월, 일본 치요다구 길거리에서 보행 흡연자의 담뱃불에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흡연 천국’이라 불리던 일본에서 이 사고를 기점으로 도심 내 흡연 금지 운동이 퍼졌다. 2003년 이후 일본에서는 공공장소를 중심으로 흡연 부스가 설치됐으며, 2011년 상반기 기준으로 212개 자치단체에서 943개소 흡연 부스가 운영됐다. 이어서 2020년 4월 ‘실내 금연법’을 제정하며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하는 ‘분연 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국민은 흡연 부스가 길거리 흡연율을 줄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춘천을 방문한 인원은 약 1천 400만 명에 달했다. 특히 시내 5대 상권 중 하나인 명동에는 약 900만 명이 다녀갔다. 시 조례 제 6조에 따르면 금연구역의 범위가 넓은 경우 시장은 금연구역 내에 흡연 장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흡연 장소를 설치할 경우 잘 보이는 곳에 흡연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시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시내 흡연 부스는 시청 2개소, 시외버스터미널 1개소, 국민생활관 1개소가 전부라 턱없이 부족하다.

황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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