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소상공인 제로웨이스트 실천 노력
제로웨이스트 포장용기 공공영역의 지원 필요

“쓰레기는 크게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로 나뉘어요. 가정에서 버리는 음식물, 플라스틱, 알루미늄 캔 등이 생활쓰레기예요. 이 중 음식물과 물건을 싸는 포장지가 생활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하루에 버려지는 쓰레기양은 대한민국 1.6kg, 미국 1.3kg, 일본 1.1kg, 독일 0.9 kg, 영국 0.9kg 등이예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재활용’을 해야 해요.”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넘쳐나는 쓰레기 속에서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은 전 세계의 중요한 이슈가 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금까지의 재활용은 시민 중심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쓰레기 줄이기를 통한 자원순환에 대한 고민을 공급자인 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춘천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달 24일 춘천지역에서 ‘제로웨이스트’를 고민하고 있는 기업과 소상공인 대표들이 모여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옥수수 섬유를 개발하고, 제로웨이스트 가게 ‘요선당’을 운영하는 ‘더뉴히어로즈’ 이태성 대표와 농업을 기반으로 외식산업을 진행하고 있는 ‘어쩌다 농부’의 한상연 대표, 로컬 정육점 ‘파파스컷’을 운영하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로움에스’ 허경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용과 폐기까지 책임진다

‘더뉴히어로즈’ 목표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이 점차 바뀌어 후손들이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2019년 소재 의류를 제작·판매하는 ‘실버라이닝’을 새롭게 설립했다. ‘실버라이닝’에서 판매하는 티셔츠와 속옷, 양말, 타월 등은 은 99%를 360도 코팅한 기능성 섬유와 3년간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유기농 면을 혼방한 원단을 사용한다. 은 섬유는 땀으로 번식하기 쉬운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무너뜨려 악취를 제거해주기 때문에 자주 세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세탁횟수를 줄여 세탁과 건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섬유제품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인다.

2018년 쓰레기 문제를 접하며 제로웨이스트 가게 ‘요선당’을 시작했다. 이태성 대표는 “너무도 생소했던 친환경 제품을 생산을 시작해 10년간 노력으로 지금까지 왔다. 지금까지 환경과 사람에게 이로운 소재를 만들어 왔다. 또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용과 폐기까지 환경을 책임지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요선당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김은진 ‘더뉴히어로즈’ 매니저는 “시민들에게 제로웨이스트의 대안을 제안해 실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제로웨이스트 숍인 ‘요선당’에서는 꼭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물건을 최대한 오래 사용하고 필요한 물건을 나누고 대체할 물건도 찾으며 빌려보는 일종의 새로운 아나바다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을 줄이는 포장법 도입

지역 정육점 ‘파파스컷’은 소비자에게 환영받는 축산과 제로웨이스트 유통을 하는 것이 목표다. 그 목표를 위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고기는 편백나무 트레이에 담아 놓는다. 그리고 포장을 할 때는 종이 스킨보드에 진공포장을 해 종이 보냉박스에 담는다. 이 포장법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파파스컷’이 독자적으로 개발해 도입했다. ‘파파스컷’에서는 저지방 한우를 드라이에이징 기법으로 숙성해 판매하고 있다. 드라이에이징 기법으로 고기를 숙성하면 고기의 수분이 줄어 종이 포장재를 사용할 수 있다. 정육업계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파파스컷’은 지난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1천148kg 줄였다. 지난 6월에는 다회용기를 지참하면 할인해주는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용기내’를 진행하기도 했다.

농업회사법인 ‘로움에스’ 허경 대표는 “특별한 고기 숙성기술로 소 사육에서 생기는 환경 위해요소를 줄일 수 있게 되었으며, 그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회용기 사용을 확산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하나의 방법으로 그린멤버스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 다회용기 사용을 기반으로 한 제로웨이스트 미션을 통해 그린멤버까지 도달하며 혜택을 늘려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파스컷이 독자 개발한 제로웨이스 포장     사진 제공=파파스컷 

도시락 출시하며 친환경 용기 사용

땅에서 오는 요리를 추구하는 춘천 팜투테이블 ‘어쩌다 농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해부터 지역 농산물과 식재료로 만든 ‘농부네 도시락’을 선보였다. 도시락 배송을 시작하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밀집 소재의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음료수 빨대는 옥수수 합성물질이다. ‘어쩌다 농부’ 한상연 대표는 “친환경 포장 용기를 사용하다 보니 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져 같이 식당을 운영하는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환경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구성원들의 생활이 바뀌고 있다. 아직도 비용의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환경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을 덜 쓰는,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 공공영역의 도움 필요

공유회에서는 제로웨이스트 확산을 위해서는 △블록 화폐를 통한 환경 포인트 제도 △다회용기의  수거·분류·세척·배달 전문시설 △시민주도의 제로웨이스트 미션 △제로웨이스트 인증제도 등 다채로운 의견이 나왔다. 일각에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비용적 측면을 부담하며 제로웨이스틀 실행하는 것은 어려움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지역 시민활동가들은 “일회용품 줄이기를 위해 사용하는 다회용기 세척을 각각의 지역 상점들이 감당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여기에 공공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다회용기를 수거·분류·세척·배달하는 전문업체를 공공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제로웨이스트 포장용기도 시가 대량으로 생산해 지원하면 지역 업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현웅 ‘파파스컷’ 기획실장은 “외식업계, 유통업계, 소비자가 힘을 모으면 일회용품을 줄이고 제로웨이스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다. 소비자가 보증금을 지불하고 그에 대한 포인트를 지역 상공인들이 공유해 사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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