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사라진 통곡의 땅 /육법전서는 깨진 유리잔 /난도질당한 한 닢 꽃, 님이신가?//디케*, /저 잔인한 칼춤을 심판하면 아니 되겠나 /저 서러운 핏자국 닦아주면 아니 되겠나//조작당하지 않고 오판 당하지 않는 곳으로 모두 떠나 /조작하고 오판하던 자들만 남아  /끼리끼리 조작하고 서로를 단죄하는 아비규환 세상 오면 /그때서야 천둥처럼 분노하고 번개 되어 내리칠 텐가

-졸시 <디케> 전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무전유죄 유전무죄. 참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말이다. 군사독재 시절은 물론이거니와 민주화 이후에도 도긴개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권력이 어떻게 바뀌든 시대가 어떻게 바뀌든 절대 변하지 않는 고유명사가 돼버린 듯하다. 유수한 세월이 흐르면서 유무죄를 재단하는 검·판사는 분명히 바뀌고 또 바뀌었을 텐데, 사법권력 울타리 안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검사동일체’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권력집단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판사집단은 검사와는 다를까? 묻고 싶다. 

퇴직 후에도 한몫 두둑이 챙길 수 있는 특권 중의 특권 전관예우(전관비리). 다시 말하면, 법 시장 좌판에 퇴직 검·판사들이 현직과 함께 짜고 만든 면죄부를 내놓고, 중죄를 지은 돈 많은 재벌들과 부패한 권력자들이 그 면죄부를 고가로 사고파는 불법적 음성적 거래가 전관예우다. 촛불 시민들이 간절히 청산을 소망한 여러 가지 적폐 중에서 가장 더러운 적폐다. 그리하여 검찰 및 사법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최우선 과제였다. 많은 언론에서도 ‘검란’이라 표현했듯이 반정부 내란세력이 있었다. 검찰의 난! 개혁을 거스르고 국민을 향해 칼을 겨눈 세력이 있었으니,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등 뒤에서는 칼을 꽂은 비겁한 자들이 있었으니, 이런 분들이 감히 선남선녀 우리가 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겠다고 큰소리 떵떵 치는 비루한 현실 앞에 실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적폐정권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정권을 세웠던, 그리하여 촛불혁명이라 명명했던, 4년여 년 전 활활 타오르던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다. 어쩌면 이미 꺼져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정신마저 레테의 강을 건넌 것 같다. 촛불을 밝혀 희망을 찾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좀 더 강한 불빛이 필요한 걸까?

촛불 /간절한 소망 /한 점 /보태러 갔었네//횃불 /간절한 소망 /한 점 /가지러 간다네 

-졸시 <미농지 한 장 차이-촛불혁명 그 이후> 전문

“자진 사퇴하거나 장관 지명이 철회되었다면, 야당과 언론은 개혁에 동참했을까? 검찰은 개혁을 인정했을까? 역사는 가정을 허용하지 않는다” (조국, 《조국의 시간》중) 검찰개혁을 무력화하기 위해, 한 가족의 멸문지화를 기획·연출·감독하고, 임명권자에게 칼을 겨눠 ‘검찰의 난’까지 감행했던 용감한(?) 분이 있었다. 분명히 그 반란은 실패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진압당한 반란군 수괴가 멸문지화는커녕 대권에 도전한다고 하니, 반란은 아직도 기세등등 진행 중인 건가? 참 아리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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