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로 본 춘천] 소양정,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주민의 문화사랑방
[漢詩로 본 춘천] 소양정,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주민의 문화사랑방
  •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장)
  • 승인 2021.07.1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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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정의 다른 이름 이요루

누정(樓亭)은 휴식공간이다. 누정은 춘천의 여러 곳에 있었으며 그 가운데 소양정이 단연 으뜸이다. 소양정은 삼국시대부터 있었다고 하며 강과 산을 동시에 조망하며 감상할 수 있어서 이요루(二樂樓)라고 불렀다. 

이요(二樂)란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에서 유래한 말로,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뜻을 취했다. 이요루의 요산(樂山)은 봉의산을 말하며, 소양강 너머의 삼악산 계관산 북배산 몽덕산 화악산 용산 등도 소양정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요루의 요수(樂水)는 소양강을 말하며, 소양강은 봉황대를 지나며 자양강과 만나서 신연강을 이루어 흘러가는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소양정은 춘천을 둘러친 산과 중심을 흘러가는 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세상에 보기 드문 전망 좋은 곳이다.

소양정 복원과 소양8경 

지금 봉의산 산록에 지어진 소양정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되기 전까지 소양1교에서 후평동 방향 20여 미터 지점에 자리하였었다. 소실된 이후 소양정 복원을 위한 춘천 유림의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복원하게 되었다.

1966년은 춘천 유일의 지역축제인 소양강문화제가 개나리문화제란 이름으로 처음 개최된 해이다. 제1회 개나리문화제 때에는 춘천 유림과 춘천향교가 주관한 한시백일장도 개최되었는데, 이 백일장에서 장원을 차지한 작품과 소양 8경도 이때 만들어져 현판에 기록되어 소양정에 걸려 있다.

이때 만들어진 소양 8경은 다음과 같다.

제1경 봉의귀운鳳儀歸雲 

봉의산으로 돌아드는 구름

제2경 호암송풍虎岩松風 

호랑이 바위에 불어오는 솔바람

제3경 월곡조무月谷朝霧 

월곡리에 일어나는 아침 안개

제4경 우야모연牛野暮煙 

우두 벌에 피어나는 저녁 짓는 연기

제5경 고산낙조孤山落照 

고산에 떨어지는 저녁노을

제6경 매강어적梅江漁笛 

오매강에 퍼지는 어부의 피리 소리

제7경 화악청람華岳淸嵐 

화악산에 피어나는 맑은 이내

제8경 노주귀범鷺洲歸帆 

백로주에 드나드는 돛단배

소양정 유서 깊은 주민의 쉼터로 다시 태어나다

조선 시대 정자는 관료와 시인 묵객의 놀이시설로 유람문화가 성행하던 곳이었다. 즉 힘 있고 돈 있는 자들의 유람 시설이면서, 글줄이나 읽을 줄 아는 식자가 머물며 시름을 달래던 장소이기도 하였다.

지난 7월 첫 주 일요일에 춘천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춘천의 유명 문화단체가 주관하는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는데 그 장소가 소양정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의 핸드폰을 수거하고 심리 명상을 하며 모기장에 자발적으로 고립되어 한 시간을 강제 휴식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프로그램을 통해 문명의 이기인 핸드폰을 내려놓고 혼자 강제 휴식하는 것이 어려우면서도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큼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비가 내려서 안개 낀 춘천 냄새 물씬 풍기는 소양강의 멋진 모습까지 선물 받는 호사를 누렸다. 

소양정에 머물며 조선 시대 양반이나 행세하던 사람들이 주로 드나들던 소양정의 모습과 춘천에 사는 보통 주민들이 마음의 위로를 받고 휴식하는 장소로 변화할 수 있는 소양정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역사문화 시설이 누가 이용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 깨달았다.

 소양정이란 공간이 우리에게 낯 설은 과거 유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위로받고 휴식할 수 있는 문화사랑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문화는 과거로부터 단절되지 않고 우리에게 항상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만의 문화를 통해 위로와 행복을 느낀다는 점에서, 지역문화가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해본다.

 

허준구 (문학박사, 춘천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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