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자른 머리 때문인지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이구하 작가는 42세의 젊은 화가다. 강원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프랑스 유학을 거친 서양화가다. 효자동에서 태어나 파리 유학을 하기 까지 온전히 춘천사람으로 살아왔다. 잠시 수도권 생활을 하며 왕성하게 작품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거북이를 그리는 화가로 많이 알려진 이구하 작가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개인전만 23차례를 개최해 젊은 나이임에도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다.

2001년부터 전업작가의 길을 걸었으니 이제는 전업작가로 활동한 기간만 15년을 넘어섰다. 파리유학 생활을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는 이구하 작가는 파리가 풍류를 즐기기에는 최고라고 말한다. 그래서 유학기간 동안 공부보다는 노는데 시간을 보냈다며 덕분에 유학은 실패하고 국내에 들어와서 학업을 마쳤다고 한다. 2001년 처음으로 인사동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후로 지금까지 전업작가로 치열하게 살아왔다며,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하며 적극적인 전시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에 대해 ‘자신이 내세울 게 없다보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풍토를 꼬집는다.

자신은 지방대 출신으로 ‘유학을 했지만 실패한 유학이니 누가 알아주냐’는 말에는 우리나라의 학벌 중심, 학연 중심 풍토에 대한 반감도 드러난다. 이구하 작가의 그림에는 늘 거북이가 들어있다. 거북이를 그리는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그리는 거북이는 그냥 거북이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거북이 한 마리가 있으면 그것은 나를 이야기하고, 두 마리가 있으면 연인을 말하는 것이며, 서너 마리가 있으면 가족, 더 많은 수의 거북이가 있으면 군중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구하 작가는 거북이를 통해 이 사회를 그리고, 또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구하 작가의 그림은 단순한 색을 나타낸다. 원래는 모노톤의 거북이만 그렸다고 한다. 한 가지 색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아무것도 가미되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한다. 최근 3년째 약간의 색을 가미하며 새로운 시각을 열어보기도 했지만 다시 모노톤의 기법연구를 통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한다고 한다. 그림을 보는 세태에 대해 창작물에 대한 시각이 결과물만 보는 세태를 아쉬워한다. 작가가 하나의 작품을 내려면 그 작품이 탄생하는 모든 과정이 결과에 포함돼야 한다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올해 작가는 흔적(파티나)을 찾아가는 작품을 통해 최근 3~4년의 작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춘천미술관 전시회를 계획 중이며 서울에서의 전시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자신은 꼭 주 50시간은 작품활동을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림을 그리던 그리지 않던 꼭 작업실에 나와서 치열하게 작품활동을 한다고 한다. 개인전도 많이 하고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며, 그림이 안 팔리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 집이 전세에서 월세로 변하고 작업실도 월세라는 말로 예술가들의 생활을 에둘러 표현한다.

전업 작가로 살려면 적어도 5천명 이상의 제자를 두어야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며, 뉴스에 나왔던 굶어죽은 작가의 이야기를 한다. 예술가들이 극빈층으로 사는 세태에서도 치열하게 예술활동을 하겠다는 젊은 작가가 올해는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그냥 이야기 거리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예술을 통해 위안을 받고 삶의 활력을 찾기도 한다. ‘피카소’나 ‘르네’ 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작가들의 작품에서 위안을 찾고 삶의 활력을 찾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동철 시민기자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