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 개브리얼 제빈 /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미국 매사추세츠주 남동쪽의 항만도시 하이애니스에서 앨리스섬으로 가는 페리 안, 나이틀리 출판사 영업사원 어밀리아의 등장은 COVID-19 팬데믹에 아직은 긴장한 듯한, 그렇다고 시끌벅적 요란을 떨 정도는 아닌 딱 그만큼의 인상을 주었다. 감수성과 관심사를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과 같이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것이 낫다는 애매한 능력자 어밀리아와 앨리스섬의 유일한 서점 주인인 것을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괴팍하면서도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 A.J 피클리는 유쾌하지 않은 첫 만남을 이루게 된다. 

아내 니콜을 사고로 잃은 A.J 피클리는 낙담과 실의에 빠져 하루의 일과를 술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지중지하던 에드거 앨런 포의 희귀시집 《태멀레인》이 사라지게 된다. 설상가상 그의 삶은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듯싶었으나 신기하게도 《태멀레인》이 사라진 이후 서점의 매출은 선의를 가진 동네 사람들 덕에 상승세를 타게 되고, 그런 타이밍에 서점에 버려진 마야를 입양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아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동네 서점을 배경으로 추리 소설의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야기들이 여러 타이밍을 거치며 섬으로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든다.

인생에서 나쁜 일은 거의 모두 나쁜  타이밍에서 비롯되는 거야. 그리고 좋은 일은 모두 좋은 타이밍에서 비롯되고.  《섬에 있는 서점》134쪽 

이 책의 원제는 《The Storied Life of A.J Fikry》이다. A.J 피클리의 10여 년의 삶을 독특하게 구성하여 마지막 장까지 유기적인 감정을 이끌어준다. 각 장의 첫머리에는 마야에게 전하듯 명작 단편소설에 대한 A.J 피클리의 짤막한 논평이 하나씩 실려 있기도 한데 본 내용과 상관이 없는 듯하면서도 은근한 암시와 복선이 내재 되어있다 

춘사톡톡(讀TalK)* 김재현 선생님의 추천으로 함께 읽게 된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소한 일상의 상실로 인해 무력감을 느끼던 타이밍에 마음의 정화를 가져다준 선물 같은 책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책 모임을 열었던 춘사톡톡은 김재현 선생님의 멋진 줌(ZOOM) 진행으로 인생의 단편집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야의 출생과 ‘태멀레인’에 대한 반전, 그리고 A.J 피클리의 따뜻한 이웃에 대한 서로의 이야기는 코로나를 뒤로하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받기에 충분했다.

*춘사톡톡 : 춘천사람들이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독서 모임 

 안수정(춘사톡톡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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