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개인전 ‘2021 시간_기억’… 8.1.까지 ‘예담 더 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자 안개와 연기, 물보라, 뒤엉킨 나무뿌리 등을 닮은 추상적 이미지의 작품들이 벽면을 채우고 있다.

한국화 분야에서 많은 젊은 작가들이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소재와 대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표현하듯이, 민서 작가 또한 개성 있는 한국화를 선보이고 있다. 장지 위에 분채로 그리는 전통을 따르긴 했지만, 그가 그리는 대상은 추상적 영역이다. 경쟁에 몰린 현대인의 아우성,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나오려는 새싹들의 몸짓 등 작품에서 그 무엇을 보고 느끼든 관람객의 자유이리라. 하지만 작가와의 만남은 감상의 깊이를 더한다.

민서  <시간_綠>

민서 작가는 “학부와 대학원 시절 철거를 앞둔 건물·아파트, 빈집 등을 찾아 여러 도시를 다니며 스케치를 했다. 그중 서울 종로의 청운 시민아파트가 뇌리에 남았다. 비록 낡았지만 사람들이 옹기종기 어울려 사는 따뜻한 기운을 지닌 생명체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철거 소식을 듣고 다시 방문했을 때 주민들이 모두 떠난 아파트는 삶의 기운을 잃은 거대한 무생물처럼 싸늘하고 스산했다. 기억 속 아파트의 또렷한 대비, 대체 그 차이가 무얼까? 기운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날의 인상은 작가에게 ‘기운’이라는 예술적 주제에 천착하게 했다. 이번 10번째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신작 10여 점은 그 연장선에서 한결 성숙해진 ‘기운’을 전한다.

“기운은 생명이 갖고 있는 힘과 에너지이며 저마다 구별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특히 시간 속에서 스스로 혹은 의지와 상관없이 흔적을 남긴다. 흔적은 이미지가 되어 기억과 감정으로 남는다.” 그의 말처럼, 작가의 경험과 기억, 생각과 감정이 녹아든 새벽안개, 바다, 시간 등이 ‘기운’이라는 키워드를 담은 추상적 선과 면으로 불규칙하게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감정을 일으킨다.

그의 작업은 기록과 같다. 그가 보고 느낀 세상의 기운이 내면에 남긴 흔적을 기록하는 과정 말이다. 결국 민서 작가는 화가이자 기록자이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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