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연삼 작가의 작품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화재로) 하늘에 있는 그가 가져갔어요. 만약 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더라면 우리는 그의 유작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 작가들로 구성된 ‘춘천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의 1차 포럼 자리에서 김영훈 작가가 한 발언이다. 

정연삼 ‘우리는 여기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들은 왜 미술관을 원하는가? 

작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끝이 없는 시작>전은 부산지역의 6~70년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며, 지역 미술 아카이브의 새로운 시사점을 주었다. 부산지역의 작가들을 미술사 안에서 조명하고, 중앙의 미술사와 다른 맥락의 지역 미술의 역사를 재정립하는 의미 있는 여정을 보여준 것이다. 그동안 한국 미술사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미술사였다면, 이러한 지역의 아카이브와 전시 등의 시도를 통하여 토착화된 미술사의 맥락을 연구하는 것은 각 지역의 필수적인 과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미, 부산시립 이외에도 타 지역의 경우 공립미술관의 연구와 전시를 통해 지역 미술사의 흐름들을 정립하고 지역작가들을 조명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강원도에서 가장 많은 작가들을 배출해 온 춘천에 미술관이 건립된다면 단지 전시공간이 생긴다는 의미를 넘어 춘천지역, 아니 더 나아가 도립미술관조차 없는 강원도의 미술사 연구에 큰 기반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故 주재현 작가

김종영 조각상을 수상한 박희선 조각가의 작품들이 그의 소양로 생가 창고에 켜켜이 박제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정연삼, 주재현, 김훈 작가의 작품들이 죽음 이후에서야 그들의 동료작가들에 의해 전시된 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잊혀져 버리는 현실.

작가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그러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보이지 않는 띠를 두르고 ‘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라는 모습으로 시민들 앞에 나오도록 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춘천의 시각예술계의 문제는 단순히 작고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아카이브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린 신진작가와도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춘천이라는 현재의 미술 씬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정현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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