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방청 모니터링

정윤경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피해자를 응원하면서 가해자를 압박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가 법정 모니터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일명 n번방 사건(디지털 성범죄)으로 재판 모니터링을 시작한 춘천여성민우회는 춘천시 시정소식지인 <봄내>에 재판방청 모니터링단 모집 공지를 실었다. 그것을 보고 지원해 준 시민들과 디지털 성폭력대응 강원미투행동연대 단체의 활동가들, 그리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지켜보기 위해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연대하는 여성들로 디지털성범죄 재판이 있는 날이면 많든 적든 법정의 방청석에는 항상 재판 모니터링단이 자리하게 되었다.

올해도 재판방청 모니터링을 통한 피해자와의 연대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재판방청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정 안에서의 모습을 담아내고 재판 결과를 드러내는 판결문도 공유하며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재판, 피해 당사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판결로 나아가는 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방법들을 일상에 녹여내기 위해 분주하다. 

  연대의 활동은 법정 밖에서도 이어지는데, 최근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아동 성폭력 재판의 경우에도 방청 모니터링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춘천지법 앞에서 가해자 엄벌을 위한 기자회견과 피켓시위, 엄벌탄원서 서명받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공동체는 그저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한발만 내디뎌 법정 안에 앉아 있으면, TV에나 나오는 나와는 먼 이야기, 우리 동네에는 없을 것 같은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식당 종업원에 의한 화장실 불법촬영, 손님에 의한 아르바이트 점원 성추행 사건, 지역아동센터장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서 유포, 협박한 사건, ‘미행캠’(피해자, 일명 타겟을 정하고 최종적으로는 성관계 동영상을 입수하기 위해 피해자의 지인들과 접촉, 돈을 주어 불법 촬영하도록 하는 범죄) 등 하루에도 몇 건씩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언제나 피해 당사자는 아동, 청소년,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성범죄 관련 재판의 기울어진 법정에서 재판방청 모니터링은 더욱 필요하다. 피고인의 재판에서 사라지기 쉬운 피해자의 권리가 잘 보장될 수 있도록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해야 한다. 성폭력 피해의 객관적 증거를 요구하고, 폭행이나 협박 여부, 피해자가 저항한 정도, 피해 후의 태도를 판단하려는 법원의 태도 등은 없는지, ‘성폭력은 피해자의 책임’이라는 개념, 여성의 정조 개념에 기반해 판단하고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는 않는지, 성인지 감수성을 유지하며 피해자 맥락,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지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강원미투행동연대와 재판방청 모니터링단은 앞으로도 계속 피해자들이 나설 수 없는 상황을 악용해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려는 가해자들을 지켜보고 기록하며, 피해자와 연대할 것이다. 가해자들이 죄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만 그동안 숨죽여야 했던 피해자들도 안전하게 자신의 일상을 되찾아 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n명의 연대자들은 ‘초범이다’, ‘나이가 어리다’, ‘반성문을 작성했다’는 변명이 가해자의 죄를 덜어주는 이유로 이어지지 않도록, 가해자가 엄중하게 제대로 처벌을 받도록, 사법부의 성인지감수성을 높일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볼 것이다.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더 많은 연대자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