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여성이자 활동가, 춘천, 한국, 지구에 사는 시민으로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 저와 이웃들이 살아가 환경이 어떤 모습일지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보수적이고 과학적인 예측으로도 7년 이내에 춘천시의 쓰레기 매립지가 다 차고, 7년 더 정확하게는 6년 6개월 16일 12시간 후면 산업화 이후 지구 평균기온이 1.5℃ 상승에 도달한다고 하니까요.

이런 걱정을 하면서 쓰레기 문제 해결에서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해봤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더 힘주어 말하고 대상이 개인이 아니라 정부나 공공기관일 때는 더 용기를 내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함께 하는 사람들은 늘어났지만, 선별장과 매립장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심원의 역설 혹은 상상력의 원근법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의 일상이 인도 북부의 히말라야산맥에서, 미국의 텍사스주에서, 그리고 한반도의 전라남도와 광주 일대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을 보고 있는 우리는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낍니다. 이를 동심원의 역설이라고 합니다.

문제의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면 상상력이 발동되지 못하고, 가까이하면 할수록 현실에서 눈을 돌려 사태의 본질을 명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특질, 환경문제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문제가 거대할수록 마음이 쪼그라들어 회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문제를 열고 정확하게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것인데 혼자서는 어려우므로 함께 해야 합니다.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은 물론 개개인의 합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이 문제는 정부와 기업, 소비자가 함께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직접적이고도 강력한 영향력이 가장 적은 우리가 왜 가장 큰 책임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걸까요?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을 시작하는 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듣는 이야기는 우리가 느끼는 죄책감에 비해 할(바꿀) 수 있는 게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시 정부는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이제라도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농민, 여성, 청소년, 청년을 비롯한 평범한 시민들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다행히 2021년, ‘제로웨이스트춘천 2450플랜’을 선포한 지 3년 만에 시민실천협의체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이제는 책임의 크기와 무게를 나눠 갖고 다음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나가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코너를 통해 쓰레기를 포함한 춘천시의 환경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송현섭 (환경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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