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s STORY] 여성이 큰 개와 산다는 것은!
[SHE’s STORY] 여성이 큰 개와 산다는 것은!
  • 유은정 (춘천여성민우회 운영위원)
  • 승인 2021.08.02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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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25년째 키우고 있다. 세 마리를 키웠는데 한 마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지금은 두 마리와 살고 있다. 귀엽고 예쁜 개들은 아니다. 우리 집 개들은 버려졌거나 파양된 개들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가 있거나 분리불안을 지니고 있다. 우리 집 개들에 대해 사람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더구나 반려동물에게까지 외모지상주의의 잣대로 색깔이나 외모를 지적한다.

이미 우리 곁을 떠난 검은색 래트리버는 미숙아로 태어나서, 13kg밖에 나가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늘 무섭지 않냐고 물어왔다. 왜 검은색 개를 키우냐면서 밤에 보이지도 않고, 무섭지 않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흰색 개들을 훨씬 선호해서 검은색 개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주인의 성별과 관련한 편견도 있다. 진돗개 삼순이는 무척 크다. 같이 산책을 하다 보면 사람들이 ‘여자가 왜 감당도 못 하는 개를 키우냐’고 수군거린다. 장애가 있는 삼순이는 천천히 걷고, 10분만 산책해도 힘들어하는데, 사람들은 개의 크기만 보고, 또 주인이 여성이라고 해서 감당 못 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쉽게 얘기한다. 남자들이 개를 데리고 다닐 때는 그런 말을 하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파양된 코카종 찰스를 입양한 후에는 그 모든 편견을 한 번에 경험했다. 찰스는 밤새워 놀아달라며 짖고 돌아다닌다. 코카종은 본래 열정과 힘이 넘쳐서 주인들이 힘들어해 가장 많이 파양된다고 한다. 몇 차례 버려진 찰스는 분리불안까지 갖게 되어 더욱 소란스럽다. 새벽 6시까지 짖으며 놀자고 한다. 우리 집은 마당이 있는 주택이지만, 찰스 때문에 여러 번 항의를 받았다. 개를 키우면서 소음 때문에 항의를 받은 적은 처음이다. 어쩌면 여자가 시끄러운 개를 키워서 더 호되게 항의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럴 땐 무조건 찰스를 씻겨서 집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가장 크게 느끼는 편견은 ‘개들은 노인, 여자와 어린아이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5년 동안 여러 종류의 개를 키우면서 확인한 것은 반려동물은 자신을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개와 관련한 많은 서적에 개들은 노인과 여자를 무시한다는 편견이 그대로 적시되어 있다. 안타깝다. 

찰스는 도리어 우리 집에 와서 상당히 안정되었다. 행복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다 보니 더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우리는 찰스를 안정시키는 비결을 찾아냈다. 여동생과 나는 산책, 공놀이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찰스를 진정시키려 해보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클래식 음악이었다. 레게음악이나 피아노 음악에도 반응해 음악을 틀어주면 어느 결엔가 눈을 감는다. 실제로 노견이나 아픈 동물들에게는 클래식이 심리 치료제 역할을 한단다. 

얼마 전 안부를 묻다 협동조합에서 ‘반려동물위드음악회’를 주관했다. 음악회는 지난 7월 9일과 10일 커먼즈필드 옥상에서 진행됐다. 우리는 반려동물에 해가 될 만한 것들을 샅샅이 정리하고 개와 고양이 간 자리를 분리하는 등 세심하게 준비를 했다. 

음악회에는 적지 않은 여성들이 반려동물을 안고 찾아와주었다. 반려 가족들은 동물끼리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배려하며 서로 감동을 선물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겪는 고충에 대해 소통하며 위로를 주고받기도 했다. 성별에 따른 편견으로 불편한 경험도 나누었다. 

비가 오자 모든 가족이 우산을 펴서 반려동물에게 씌워주었다.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우리들의 진정한 가족이 건강하게 오래 같이 살기를 빌었다. 큰 개와 행복한 여성도 있고, 작은 동물을 사랑하는 남성도 있다. 이제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편견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해본다.

유은정 (춘천여성민우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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