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남 (춘천시민축구단 팬클럽 총무)

춘천시민축구단은 2009년 12월에 창단하여 2010년 K3리그에 참가했고 2020년 새롭게 개편된 K3에 참가하여 15위로 올해 K4리그로 강등되었습니다. 11년의 역사가 있음에도 춘천시민조차도 잘 모르는 춘천시민축구단은 올해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법인화를 진행하고 있고 아직 인가가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2021년 K4로 강등되면서 8억이던 예산이 6억으로 줄어들면서 구단의 환경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춘천시 체육과 예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30여 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시즌이 진행되는 10개월 동안의 합숙 생활을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예산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경기가 주말에 있고 평일에는 훈련하는데 선수들의 한 달 식비가 대략 400만 원입니다. 한 달 30일을 잡고 원정경기를 하러 가거나 선수들이 외박하는 경우를 생각해서 주5일로 계산을 하더라도 30여 명의 선수의 하루 식비가 6천600원인 셈인데, 아무리 단체생활이고 식사를 담당해주는 분이 반찬을 해 놓아도 잘 먹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부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사비로 돼지를 잡거나 지인들에게 후원을 받아 부족함을 채웁니다.

예산삭감으로 인한 타격은 선수들이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그간 동고동락했던 여러 선수들이 다른 지역의 구단으로 이적했습니다. 현재 K4리그 선수 규정에는 계약 기간은 최소 5개월 이상, 연봉은 최저 2천만 원인데 춘천시민축구단 30여 명의 선수 중 5명만이 이에 해당합니다. 심지어 급여 없이 숙식 제공만 받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최근 춘천시민축구단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춘천 출신의 미드필더 최종영 선수가 훈련 중 심정지로 쓰러졌지만 춘천시민축구단은 의무트레이너가 없어서 구급차가 도착하기까지 전문지식이 없는 동료선수들이 응급조치했습니다. 

최 선수는 부정맥 판정을 받고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치료비가 큰 부담입니다. 구단에서 가입한 선수보험이 없어서 수술비 4천만 원을 순전히 선수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대중음악가로 활동하는 최 선수의 아버님은 출연료 대신에 받아 소장하고 있는 미술작품들로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팬클럽에선 작게나마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의무트레이너는 규정사항이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석이었는데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채용하겠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올해 초 성적 부진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즌 시작 직전 선수 중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었고 또한 주요 선수들의 부상으로 기량을 제대로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시즌 전반기의 성적은 저조했지만, 부상 회복으로 선수들이 복귀한 후반기에는 8연패를 끊고 3승 1무 1패로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아쉬운 건 홈경기장 사용입니다. K4 클럽 라이센싱에는 경기장은 최소규모 1천석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춘천시민축구단이 홈경기장으로 쓰는 송암 보조경기장은 500석이며 사회적거리두기에 따라 현재 50명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시민축구단의 홈구장은 분명 송암스포츠타운으로 되어있음에도 주 경기장 사용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이유가 잔디관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잔디관리 때문에 춘천시민축구단이 경기장을 사용하지 못한다니 납득이 되나요? 춘천시민축구단 팬클럽의 공식 인원은 240여 명, 선수 가족과 지인들의 수만 생각해도 주 경기장을 사용하여 많은 관객 수를 확보해야 합니다. 

스포츠를 응원하는 팬들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늘 이겨야 한다거나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응원을 하지 않습니다. 늘 승리하면 좋겠지만 패배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뛰는 모습을 보면서 더 응원하게 되고 시민의 응원을 받으며 구단이 크게 성장하길 바랍니다. 성적이 먼저인지 선수들의 제대로 된 대우가 먼저인지, 무엇이 더 춘천시민축구단의 발전에 필요한지를 깊게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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