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전국적으로 폭염이 심합니다. 외출 자제, 물 마시기, 실외 작업장 폭염 안전수칙(물, 그늘, 휴식) 준수, 무더위 쉼터 이용 등 안전에 유의 바랍니다. 

[행정안전부] 오늘 10시 00분 폭염경보, 최고 35도 이상, 야외활동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건강에 유의 바랍니다. 

최근 들어 시청과 도청에서 날라오는 코로나 관련 안전문자 외에도 하루를 멀다 하고 날라오는 안전문자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폭염 주의보나 경보 관련 문자 메시지이다. 그런데 사전에 주의를 당부하는 이런 예보 문자를 받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런데 어쩌란 말이냐? 누군들 이 폭염 속에 땀 흘려가면서,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악조건을 무릅쓰고 일하고 싶겠는가? 

사는 처지에 따라 어떤 사람은 일터나 가정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어가며 폭염과 무관하게 살아가고 있고, 다른 사람은 뙤약볕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일해야 하고 비싼 에어컨과 전기료가 무서워 선풍기에 의지한 채 잠을 설치며 열대야를 견뎌내고 있다. 이른바 재난 불평등이다. 

예전에는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운명이 하늘에 달려있어 잘살고 못사는 것이, 또는 일찍 죽거나 오래 사는 것이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잘 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는 기대수명에도 차이가 난다. 잘사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산다. 즉 부의 수준이 개인과 사회의 건강과 기대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건강 불평등이다. 

어떤 사람은 시장에서 값싸고 양 많은 물건을 고르고, 또 다른 사람은 비싸도 몸에 좋다는 유기농 채소와 고기를 산다. 어떤 사람은 일상에서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여유로운 생활방식으로 의료기관의 정기 검진과 치료를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오랜 시간 힘든 노동을 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드니 운동은 언감생심,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부의 불평등이 건강에도 재난에도 불평등하게 작용한다. 재난이 닥쳤을 때 가난한 사람들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고 피해자가 될 확률이 높다. 아니 확률 정도가 아니라 통계가 입증한다. 

언젠가부터 춘베리아, 춘프리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춘천+시베리아, 춘천+ 아프리카의 합성어로, 춘천이 그만큼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덥다는 데서 나온 말일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 춘천의 기온은 지난 30년 동안 평년의 최고 기온, 최저기온, 연평균기온 모두 올랐다. 지난 2018년 8월에는 북춘천의 낮 기온은 40.6도까지 오른 적이 있는데, 이 수치는 70년 이상 최고 기온 1위를 달리던 대구의 40.0도를 뛰어넘는 신기록이다. 이 와중에 죽어나는 것은 취약계층이라고 불리는 돈없는 서민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 폭염이 국가 차원에서 재난으로 추가되었다. 온열 질환으로 140명 이상 사망한 2018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재난에 폭염이 추가되었고, ‘자연재해대책법’ 제3조에 폭염 조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은 아직 미흡하고 갈 길은 멀다. 지자체에서는 자체 안전문자조차 발송하지 않을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랴.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 모든 것의 해결은 불평등을 줄이고 평등을 확대하는 것이다. 더워 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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