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처럼 빛나고 바람처럼 자유로운, 도전! 여름방학

위대하고 아름다운 십대 이야기 / 박일환 / 청어람 / 2020

 오래된 영화 한 편이 올봄에 재개봉 되었다. 영화 속 키팅 선생님의 외침은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고대 로마시대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구에서 온 라틴어, 현재를 즐겨라! 얼마 전엔 대중가요 한 곡이 한 시절을 건너 다시 인기몰이를 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네 운명을 사랑해라!

 청소년은 미래의 주역이라고 한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이 말은, 청소년들에게 현재는 미래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며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로 이어진다. 하지만 청소년도 엄연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여름방학이다. 답답했던 교실을 벗어나 모험과 꿈을 북돋우는 여름,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틈틈이 책을 많이 읽자. 책 속 인물들과 수많은 대화로 상상력을 확장하자.

 이 책, 《위대하고 아름다운 십대 이야기》는 주어진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며 자신의 삶을 밀고 나간 세계 여러 나라 십대 열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맞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까지 나아간 그레타 툰베리, 아동과 여성의 인권을 이야기하며 쓰러져간 말랄라 유사프자이, 아동 노동 착취를 고발한 이크발 마시흐 같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도 있고, 반면에 조선 후기 열네 살 소녀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장을 하고 금강산과 설악산을 여행하며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었던 김금원과 4·19혁명 당시 중학생으로 어머니에게 유서를 남기고 시위에 참여하여 민주주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진영숙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십대 또래들이 불합리하고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실천을 했다는 점이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십대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라 청소년들에게 잔잔한 공감을 자아낸다. 책 속 주인공들의 삶이 한결같이 위대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유는, 그들은 행동에 앞서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지 않고 자신의 삶으로 받아 안았던 순수한 고결함 때문이다. 책장을 덮으며 청소년들에게 푸른 자긍심과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심어주리라 믿는다. 우리 어른들에겐 한없는 부끄러움이 먼저 밀려오겠지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의 10대들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자각이 생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위대한 삶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의 주인공을 기억해야 하는 건 그들이 우리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기 때문일 거라고 믿습니다. 그 말은 내 삶의 주인공은 어른도 아니고, 부모님도 아니고, 내 이웃이나 친구도 아니고, 오로지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건 큰일을 하건 작은 일을 하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꿔가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을 겁니다. - 「머리말」 중에서”

 과수원의 복숭아가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고 나날이 붉어간다. 7월의 태양과 비를 머금은 옥수수알도 나날이 영글어간다.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의 작고 높고 깊고 단단한 꿈들도!

한명숙(봄내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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