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마을형 자원순환플랫폼 협동조합 모델발굴사업 결과보고서’ 발표
자원순환경제사회는 소비자와 생산자, 정부가 함께 노력과 협력을 통해 가능

우리는 살아가며 끊임없이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은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춘천은 아직 크게 쓰레기 대란을 경험하지 못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쓰레기 대란을 겪었거나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서둘러 쓰레기 자원화 정책을 고민하고 있다.

춘천시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까지 쓰레기 발생량을 50% 줄이고 재활용 선별률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자원의 선순환을 통한 순환경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을 말한다. 순환경제는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 중심의 기존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도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 조성에 나섰다. 쓰고 버리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발생된 폐기물을 순환해 환경보전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은 탄소중립시대의 핵심이기도 하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저탄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시민참여 없이는 공허한 메아리에 다름이 없다.

이에 지난 7월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는 춘천에 맞는 자원순환 방안을 찾기 위한 ‘마을형 자원순환플랫폼 협동조합 모델발굴사업 결과보고서’(이하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한한 자원, 무한소비로 문제 발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는 유한한 자원으로 무한하게 일용용품과 일회용 포장재를 생산하고 자연 속에서 분해되는 속도보다 현저히 빠르게 소비한 후 폐기하고 있다. 또한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으로 독성화학물질을 배출하고 매립된 쓰레기는 토양 오염과 수질 악화를 불러일으켜, 토양과 바다로 흘러가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우리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환경보전과 자원순환경제에서 사회적 경제(일자리)모델을 창출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 춘천에 적합한 마을형 자원순환플랫폼의 모델을 발굴방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서는 쓰레기 줄이기의 근본대책인 발생을 줄이는 사회적 인식 확대는 물론, 시민들이 자원순환사회에 동참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도록 하며 올바른 분리배출을 안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쓰레기를 보다 정확히 구분해 소각하여, 매립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의 재활용률을 높이는 데 노력해야 함도 언급했다.

춘천 요일별 수거제 도입 필요

춘천시는 권역별 수거제로 시민들은 모든 쓰레기를 매일 배출한다. 이에 따라 수거업체는 요일 및 품목의 구별 없이 음식물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재활용품을 모두 수거한다. 하지만 이러한 수거 형태는 재활용이 가능한 품목이 오염돼 재활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원주시와 제주시, 서귀포시, 밀양시, 세종시, 김천시 등은 요일별로 배출 품목을 정해 수거하고 있다. 수거업체 관계자들은 “요일로 품목을 나누어 수거하면 폐기물 처리 업무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재활용률을 높이고 재활용품 품질개선을 위해 생활폐기물을 요일별로 품목을 정해 배출하게 하는 지자체가 늘어나는 추세다. 춘천시도 요일별·품목별 배출 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거업체 관계자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만 버려야 하는 장소에 검은색 비닐봉투에 무단 투기된 불법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과업지시서에 적혀 있다. 하지만 수거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패널티를 받고 2년 후 돌아오는 입찰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불법 폐기물은 치워도, 치우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효자동에 사는 김 모 씨(47)는 “일본 동경에 있는 외국어학교에서 기숙사 관리를 했었다. 당시 쓰레기는 오전에 요일별로 품목을 정해 수거해갔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분리해서 배출하지 않거나 요일에 맞지 않는 쓰레기는 수거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배출된 쓰레기를 모두 수거해 편하기는 하지만 과연 효율적인 쓰레기 재활용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서는 춘천시 자원순환경제 협동조합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품목별·요일별·거점수거 체계도입 △폐기물을 쓰레기에서 자원으로 바라보는 법 규정의 개선 △생활폐기물 처리업체의 자원순환경제 지역산업으로의 기능 강화 등을 제안했다.

자원순환플랫폼은 시민참여가 중요

성남시는 2019년부터 시민들이 재활용품을 모아오면 현금으로 보상하는 성남자원순환가게 re100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에서는 민간에서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또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시작으로 환경운동가들이 중심이 된 리필가게인 알맹이상점이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모든 자원순환관련 상점의 중심은 시민이다. 성남의 re100처럼 춘천에서도 춘천시와 시민단체, 재활용 관련 사업체, 시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춘천자원순환가게도 가능하다. 자원순환가게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교육과 지역사회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춘천에도 ‘요선당’이라는 제로웨이스트 상점이 있다. 그러나 한정적인 영업시간(오후 1시~5시 30분)으로 이용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원순환을 위해 시민들이 도움을 준다면 운영시간이 길어져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쓰레기 문제 지역에서 해결하자는 움직임

성남시와 울산시는 시민, 시민단체, 지자체, 기업 등이 함께 협력하며 재활용 쓰레기 수거 체계를 만들었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유가보상이 가능한 자원순환가게를 통해 재활용품을 깨끗하게 씻어온 주민들에게 포인트(지역 화폐) 또는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재활용품 수거가 가능해졌다. 깨끗한 상태로 재활용품이 수거되고 재활용되는 비율도 높여 시민들의 재활용품 수거 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다.

보고서는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소비자(시민)들에게만 책임을 돌리지 말고 쓰레기를 생산하는 주체인 산업체와 시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생산단위에서는 재활용률이 높아질 수 있는 물품을 만들어내고(라벨 없는 생수 등) 기준은 행정에서 만들어야한다. 행정에서는 지금보다 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시스템에 맞는 시민교육을 해야 한다. 현재 춘천시에서 실시하는 초등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성 교육에서 벗어나 성남시와 울산시처럼 시민활동가 양성을 목표로 청년층,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현실적인 쓰레기 분리배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송현섭 활동가는 “이미 일반 시민들과 재활용 관련 업체들은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느끼고 개인적인 실천과 활동을 하고 있다. 춘천시도 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타지역 사례를 참고해 더 섬세하고 체계적인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원순환 활동가가 중심이 된 자원순환플랫폼

자원순환경제사회는 소비자와 생산자, 정부가 함께 노력과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다.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시민들로 구성된 민간영역의 실천과 선도적 역할이 자원순환경제사회를 앞당기고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연구자들은 춘천시에서도 마을 단위의 자원순환플랫폼 협동조합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춘천시 마을자치센터에서 마을공동체 지원사업 공모 중 일정 비율을 자원순환 분야에 특화할 수 있다. 또한 올해 신설된 녹색장터사업이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지 않도록 내년에는 확장된 형태로 희망하는 공동체만 자원순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마을의 자원순환활동가를 양성하고 활동가들이 주축이 되어 마을 단위의 자원순환플랫폼을 만들어 제로웨이스트 상점, 자원회수센터, 홍보와 교육의 거점 역할을 하는 협동조합모델로 성장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간제 근로자인 자원관리도우미, 집하장지킴이, 강원환경감시대, 자원순환강사 등의 일자리들이 마을 단위의 자원순환플랫폼과 연계해야 하며, 시민들이 배출하는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분리배출과 위생이 지켜지도록 해 자원순환 관련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도 있다.

성남시는 자원순환조례를 제정하고 생활폐기물 불법폐기와 잘못된 분리배출, 단독·다세대주택, 상가 등의 재활용품 혼합수거의 문제점 해결을 감시와 처벌로 하지 않았다. 시민들이 공동주택보다 더 세분화된 분리함을 설치해 올바른 분리배출에 참여했다. 주민들이 노력해서 내놓은 재활용품은 100% 재활용된다는 신뢰를 심어주었다. 성남시에서 자원순환가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경기도의 자원순환마을만들기 지원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을 통해 양성된 주민활동가들이 마을주민들과 자원순환가게를 잇는 중간역할을 하고 있다.

울산 자원순환가게와 전국 제로웨이스트 가게의 허브역할을 하는 서울 알맹이상점은 소비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또한, 기존의 재활용체계에서 재활용되지 못하는 작은 플라스틱, 양파망, 운동화 끈, 실리콘 등을 수거하는 회수센터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활동하는 한 자원순환관련 활동가는 “자원순환사회는 탄소중립이나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도시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자원순환과 같은 커뮤니티 활동은 지역과 사회에 건강미를 제공하고 이웃과의 연대를 강화해준다. 춘천시는 자원순환사회가 뿌리 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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