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까 금메달 박탈해… 안산 선수에 집단 사이버 폭력
‘페미’니까 금메달 박탈해… 안산 선수에 집단 사이버 폭력
  • 김수희 대학생기자
  • 승인 2021.08.0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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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대학생기자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게 집단 사이버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안산 선수의 프로필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남초 사이트는 양궁 조끼의 세월호 추모 리본 뱃지를 이유로 들어 공격을 시작했다. 이내 숏컷 헤어스타일, SNS에서의 ‘웅앵웅’, ‘오조오억’ 등 유행어 사용, 여대 출신 등을 이유로 들어 ‘페미’(페미니스트의 준말)가 아니냐며, 해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거나 심하게는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안산 선수를 둘러싼 갈등에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논란은 격화되고 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자신의 SNS를 통해 ‘안산 선수를 향한 비난은 선수의 남성혐오 용어 사용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양 대변인은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양 대변인의 발언은 사이버 폭력의 책임을 안산 선수에게 돌리는 것이며, 국민의힘 당은 이를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안 선수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안 선수를 보호해달라는 게시물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SNS에서는 안 선수를 응원하는 ‘숏컷 캠페인’이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BBC 등 외신에도 해당 논란이 ‘abuse(학대)’로 보도되는 등 안 선수를 향한 근거 없는 비난이 질타를 받고 있다. 또한 안 선수는 이와 같은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만을 목표로 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안 선수를 ‘페미’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합당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든다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안 선수가 사용한 ‘웅앵웅’, ‘오조오억’ 등의 표현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여성 유저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용어의 기원이나 용례에서 남성 혐오적인 부분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이러한 표현이 문제가 전혀 없으며 남성 혐오적인 표현이 아님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미러링(상대의 행동 등을 똑같이 따라 하는 방식)’을 근거로 들어 이를 남성 혐오 표현이라 규정했다. 따라서 해당 용어가 실제로 남성 혐오의 의미로 주로 쓰이지 않았고, 안 선수 역시 그랬음에도, 이를 남성 혐오 용어 사용이라고 치부하여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안 선수를 비난하는 주장의 골자는 페미니즘을 남성혐오와 동일한 것으로 여기며 악으로 치부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이와 같이 강한 비난과 괴롭힘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여성이 머리를 짧게 자르는 등 여러 방식으로 성 평등을 지향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행동일까.

사이버 폭력과 혐오의 중심에서도 안 선수의 금빛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안 선수는 양궁 종목 혼성 단체전과 여자 단체전, 여자 개인전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금메달 세 개를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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